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지난 30일 별세하면서 현대가(家) 창업주 1세대의 막이 내렸다. 6남 1녀 중 ‘왕회장’으로 불리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001년 타계한 데 이어 ‘영(永)’자 항렬을 쓰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2005년),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2005년),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2006년), 정희영 여사(2015년) 등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한국 산업의 근대화를 일군 범현대가는 1세대 창업주들이 영면에 들어가며 2세대를 넘어서 3세대까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46년 현대자동차 등 계열사를 설립하며 현대의 신화를 일궈냈다. 국내 굴지의 계열사들을 연이어 키워내며 현대를 국내 재계 서열 1위로 끌어올렸고 한국 근대화의 일익을 담당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봐, 해봤어?” 등으로 대표되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 덕에 현대가 1세대는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건설·철강 등 한국 중공업의 부흥을 이끌었고 이들 기업은 이후 세대를 거치며 분열을 거듭했으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 체제하에서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 성장하던 범현대가는 2000년 ‘왕자의 난’이 불거지며 분열을 거듭했다. 형 정주영 회장과 함께 현대를 일궜던 정인영 명예회장은 1977년 한라의 전신인 현대양행으로 독립했다. 3남인 정순우 명예회장은 1969년 현대건설에서 독립한 현대시멘트를 일궜고 ‘포니정’으로 불린 4남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을 거쳐 1967년 현대차 사장에 취임해 32년간 자동차 수출 신화를 이뤘다. 그는 1999년 장조카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게 자동차 부문 경영권을 넘긴 뒤 현대차 부회장이었던 아들 정몽규 HDC 회장과 현대산업개발로 둥지를 옮겼다.
범현대가는 1세대 창업주들이 영면에 들어가며 2000년대 초반 ‘몽(夢)’자를 쓰는 2세대에서 최근 ‘선(宣)’자를 쓰는 3세대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동생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벌인 ‘왕자의 난’ 끝에 현대차 계열사를 떼어 계열 분리를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재계 2위로 키워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휘봉을 물려 받은 정의선 회장은 친환경차·자율주행차·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집중 투자하며 현대차그룹의 정체성을 모빌리티 기업으로 바꾸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몽근 명예회장이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장남 정지선 회장이 동생 정교선 부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 사장은 동생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과 그룹을 운영 중이다.
6남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도 현재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고(故)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차장,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도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성우그룹은 정순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몽선(현대시멘트 회장), 몽석(현대종합금속 회장), 몽훈(성우전자 회장), 몽용(현대성우홀딩스 회장) 씨 등 4명의 아들이 계열사 경영권을 승계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