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삼천피 붕괴…‘기업 체력’ 없는 빚투 증시는 사상누각

코스피지수가 지난 29일 하루에만 3.03%나 급락하면서 3,000선 아래인 2,976.21로 주저앉았다. ‘삼천피(코스피 3,000)’를 쓴 지 16거래일 만으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보다 낙폭이 더 컸다. 추세적 하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급락 장세는 거침없이 달려온 국내 증시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미래 성장 잠재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동학 개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에 의존한 단기 급등은 사상누각임을 확인해준 것이다.


‘개미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미국 증시의 게임스톱 주가 급변 사태를 고리로 국내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빚투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 대출 잔액은 28일 135조 4,099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 7,617억 원이나 늘었다. 이들 은행에서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도 올 들어 4만 개 이상 증가했다. 반면 대출금리의 뜀박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일반 신용 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41%포인트나 뛰었다. 국내 증시는 그만큼 작은 충격이라도 발생하면 깨지는 유리그릇과 같고 일부 종목의 매매 패턴은 폭탄 돌리기를 통해 움직이는 외발자전거처럼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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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겉만 화려한 ‘주가 3,000’을 치적처럼 내세우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지금이라도 증시가 건전한 상승 흐름을 탈 수 있도록 뿌리부터 튼실하게 해주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여야 한다. 기업의 보유 현금을 빼앗을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규제를 혁파해 수익 구조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본시장에서도 외부 충격을 감내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파제를 쌓는 일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을 게을리한 채 공매도 금지만 연장하는 것은 허약한 증시 체질에 링거를 꽂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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