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 ‘M1칩’이 탑재된다는 소식은 많은 애플 제품 매니아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기자처럼 평생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OS)만 사용해온 사람들에게 맥북은 멀기만 한 제품이었다. 과연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일주일 간 체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능과 매력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노트북 식힐 필요없는 M1칩…성능도 압도적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디자인. 13.3인치 디스플레이에 핑크빛이 감도는 골드 색상 본체의 맥북에어는 새 학기를 준비 중인 학생이나 직장인들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 애플의 기술력이 집약된 M1칩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갖추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시스템온칩(SoC) 구조의 프로세서 M1칩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통합 메모리를 이루고 있어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이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효율코어와 성능코어를 각각 4개씩, 총 8개의 코어를 탑재해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데스크탑과 비견되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전작 대비 CPU는 3.5배, GPU는 5배 빨라졌다. 보통 노트북을 사용할 때 부팅속도 때문에 커버를 연 채로 자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맥북은 지연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실행돼 그럴 필요가 없다. 무거운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가동하는 데도 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팬을 없애 발열과 소음 문제도 꽉 잡았다. 전작 대비 전력 효율이 10배 뛰어난 M1칩 덕분에 4K 영상을 처리하는 고성능 작업을 지원하면서도 ‘팬리스(fanless)’ 디자인이 가능했다. 팬이 돌아가는 거슬리는 소음이 들리지 않으니 집중력이 높아졌다.
◇‘그들만의 리그’ 이젠 안녕…연말정산까지 척척
맥북에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 중 하나는 낯선 운영체제인 맥OS다. 특히 한국 이용자들은 맥북으로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데 있어 애를 먹어왔다. 이에 가상화 프로그램인 패러렐즈나 운영체제를 전환해 컴퓨터를 부팅하는 부트캠프로 맥북에서 윈도우를 이용하는 편법이 통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형 맥북은 애플리케이션을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 ‘로제타2’ 기술 덕분에 그런 거추장스러움을 덜었다. 로제타는 사용자 눈에 보이지 않게 동작하면서 앱을 실행할 때 번역본을 생성해 M1칩에 맞게 개발되지 않았더라도 문제 없이 작동하게끔 해준다.
각종 보안 플러그인 설치를 요구하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연말정산을 위한 절차를 밟아봤다. 별다른 지연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윈도우 운영체제에서와 다름 없이 공인인증서를 통한 로그인도 가능했다. 다른 금융사 웹사이트나 인터넷 쇼핑 등도 번거롭지 않았다. 다만 오버워치 등 주요 게임이 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 게임용으로 사용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아이폰·아이패드 앱도 맥북서 사용…‘사과농장’ 확대
애플 최대 장점인 생태계 측면에서도 신형 맥북은 진화를 이뤘다. 특히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맥북에서 그대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아직 최적화가 완료되지 않은 앱이라고 해도 로제타 기술을 바탕으로 번역·실행돼 아이폰, 아이패드, 구형 맥 앱들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을 쓴다면 맥북으로 작업할 때 스마트폰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에어드랍’ 같은 무선 솔루션을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가 자동으로 공유된다. 문자나 전화가 오면 맥이나 아이패드로도 알림이 오고, 전화 수신이나 메시지 답신도 맥북에서 가능했다. 마치 하나의 기기처럼 작동했다.
M1칩을 탑재한 맥북은 가성비까지 잡았다. 맥북에어는 129만원, 맥북프로는 169만원 가격대로 구매 가능하다.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모두 M1칩이 탑재돼 배터리와 용량 외에는 성능상 차이가 없다. M1칩은 일체형 PC인 아이맥 등 애플의 다른 제품에도 추가 탑재될 전망이다.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