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과 베트남의 통화 저평가를 이유로 삼아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해당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각별히 주의해 수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일 공개 예정인 ‘통화 저평가에 대한 미국의 상계관세 조사현황과 문제점’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미국 상무부가 베트남 동화(VND)와 중국 위안화(CNY)의 가치가 각 정부의 조치로 저평가 되었고 몇몇 제품의 수출상 혜택이 발생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에 주목했다. 미국 상무부는 베트남산 타이어와 중국산 트위스트 타이가 인위적 통화 저평가로 수혜를 입었다고 보고 압박에 나섰다. 미국 상무부가 산정한 통화 저평가에 따른 보조금률은 베트남산 타이어가 1.16~1.69%, 중국산 트위스트 타이가 10.54%다. 특혜금융 정책 등을 포함할 경우 전체 보조금률은 각각 6.23~10.08%, 122.5%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했다.
상계관세란 수출국으로부터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물품이 수입돼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해당 제품의 수입을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보아 이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관세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상계조치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각 제품은 미 관세법 상의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상무부는 통화 저평가 보조금이 ‘상품 교역을 하는 기업군’에 한정돼 특정성이 있으며, 해당 보조금이 정부로부터 ‘자금의 직접 이전’ 형태의 재정적 기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각국 통화의 저평가는 ‘환율에 대한 해당 정부의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혜택 요건을 인정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2월 상계관세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특정성 요건에 ‘무역을 하는 기업군’을 포괄적으로 추가하면서 통화 보조금 판정 적용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면서도 “아직 상무부의 조사방법론이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았고 시행규칙 개정과 예비판정 조치가 기존 미국법 및 세계무역기구(WTO)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향후 분쟁과 논란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화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비시장경제로 판단하는 중국 및 베트남에 현지 기업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무역구제 조사 시 이로 인한 불이익 뿐만 아니라 앞으로 환율 보조금 리스크에 대해서도 충분히 숙지하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환율 보조금 조사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 전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