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 부처 중 첫 방문지로 국무부를 택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동맹 복원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행보로 풀이된다.
1월 31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부를 방문해 취임 이후 외교 정책과 관련해 가장 실질적인 연설을 한다고 보도했다. 이 연설은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지위 회복이 주제라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만날 예정이다.
당초 1일로 방문 일정이 잡혔지만 날씨 문제로 이번 주 후반으로 연기됐다. 백악관공동취재단은 1일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국무부 방문 및 연설 일정이 날씨 문제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번주 후반 부처 직원들과 외교관들이 안전하게 참석할 수 있을 때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워싱턴DC엔 전날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 워싱턴DC 일대에서는 눈이 오면 날씨 상황에 따라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해 휴교 및 연방정부 조기 업무종료 조치가 이뤄진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 대한 윤곽을 내비치는 발언이 들어갈지 주목된다.
첫 방문 부처로 국무부를 택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중앙정보국(CIA)을 찾았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국방부를 첫 방문 부처로 택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방부나 CIA가 아닌 국무부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미국의 동맹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언론 기고를 통해 외교관이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군은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영국·프랑스·독일 등 전통적인 우방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동맹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일 양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협력,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함께 하는 이른바 ‘쿼드(Quad)’ 협력 증진 등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반중(反中) 연대 성격이 짙은 쿼드는 트럼프 행정부 때 출범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도 계승하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미국평화연구소(USIP) 주최 화상 세미나에 출연해 쿼드를 거론하며 "우리는 정말로 그 형식과 메커니즘을 넘겨받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인 미국 정책을 발전시킬 근본적인 토대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과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쿼드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 동맹국에 대한 동참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차르(tsar)’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그동안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쿼드에 참여국을 추가하는 이른바 ‘쿼드 플러스’ 정책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영국이 쿼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관련 행보가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8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영국이 ‘아시아판 나토(쿼드)’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동맹과의 협력으로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바이든 행정부가 일정한 전략적 인내로 대중국 대응 방안에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 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것도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민주주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에 한국·호주·인도를 더한 ‘민주주의 10개국(D10)’을 결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