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일대일로 vs 재균형

중국의 국제정치학자 옌쉐퉁은 향후 10년 중국이 급부상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패권을 양분하는 세계 구도가 정착될 것이라고 ‘역사의 관성’이라는 책을 통해 예측했다. ‘중국판 네오콘’으로 불릴 정도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학자인 만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여지를 어느 정도 감안할 필요는 있겠다.


하지만 요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앞세운 중국의 행보를 보면 옌쉐퉁의 전망이 어느 정도 들어맞을 수도 있는 분위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보아오포럼에서 일대일로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육·해상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위안화를 결제수단으로 삼는 60여 개국 44억 명의 ‘범 중화경제권’을 세우겠다는 큰 그림이 그려진지 이미 오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실크로드기금 설립,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TA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패권 확대 프로젝트도 착착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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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파워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일본·한국·호주·필리핀 등과의 양자 군사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작업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첫발을 내디뎠다. 여기에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통해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또 다른 아시아 재균형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은 이 틈바구니에서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는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서는 ‘한국의 사전 동의’ 명시라는 우리의 요구가 묵살됐고 AIIB는 가입을 머뭇대다 이익을 놓쳤다. 전형적인 따돌림외교에 뒷북외교다.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해다. 외교안보팀에 생존외교의 능력을 묻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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