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연립정부 재결합 노력이 끝내 실패해 총리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새 총리로는 마리오 드라기(74)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정국 위기 관리자인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날 “명망 높은(high profile)” 인사를 새 총리로 지명해 내각을 꾸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마타렐라 대통령이 3일 드라기 전 총재를 호출했다는 대통령실의 발표가 이어지자 외신은 드라기 전 총재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 사령탑을 지낸 뒤 2019년 10월 퇴임했다. 특히 2012년 유로존 붕괴 위기를 방어하며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을 얻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닥친 2012년 짧고도 강렬한 연설은 지금도 회자한다. 모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이에 따른 유로존 붕괴 우려로 투자자들이 유럽 채권 매입을 꺼리자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는 한마디로 금융시장을 가라앉혔다. 금융경제통인 드라기 전 총재가 내각을 꾸리게 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경제 위기 대응에 주력하는 실무형 내각을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및 경제 회복 대응에 대한 견해차가 커 ‘드라기 내각’이 출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엘리트 경제 관료 출신에 거부감이 큰 오성운동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라기 전 총재마저 정부 구성에 실패할 경우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현재의 여론 구도상 극우 정당 동맹(Lega)이 이끄는 우파연합의 압승이 예상된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신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테 총리는 지난달 26일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연정 구성 협의 상황을 지켜보며 원내 1당인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지지를 바탕으로 총리직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은 현재의 보건·사회·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하루빨리 완전히 기능하는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면서 중립적 거국내각 구성을 시사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