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신혼만 새집 필요?…더 커진 미혼·4050 청약 역차별[집슐랭]

수도권 아파트 건설현장.수도권 아파트 건설현장.




“누구는 신혼이라서, 누구는 아이를 많이 낳아서, 누구는 첫 내 집 마련이라고 특별공급 대상이 되는데 왜 가점 낮고 특공 지원 조건은 안되는 일반인은 청약 기회 조차 얻지 못하는 건가요.” (온라인 부동산 카페 게시글)




지난해 발표된 대책으로 특별공급(특공) 비율이 확대되면서 제한된 공급 물량을 놓고 세대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공 확대 혜택이 30대와 40대 초 젊은 세대들에게 주로 돌아가게 되면서 오랜 기간 청약점수를 쌓아왔던 중장년층 가구들의 박탈감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청년층에서 환영의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확대된 특공 물량의 대상이 기혼, 혹은 자녀가 있는 가구으로 국한되면서 2030 미혼 가구의 불만도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7·10 대책으로 공공분양 아파트 신혼부부·생애최초 등 청년층을 위한 특공 물량이 55%로 늘어났다. 여기에 기관추천·다자녀·노부모 등 다른 유형까지 합하면 특공 물량만 전체의 85%. 일반공급은 단15%에 불과하다. 공공택지에 짓는 민영 아파트에도 15%에 달하는 생애최초 특공 물량이 새로 배정되면서 일반공급의 비중이 57%에서 42%로 줄어들었다.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생애최초 특공(7%)이 신설되면서 특공의 비중이 50%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청약 제도 개편은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던 청년층을 달래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청년층에 집중된 혜택으로 가점을 꾸준히 쌓아왔던 ‘장기 무주택’ 중장년층이 오히려 청약시장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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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반공급의 청약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1순위 청약경쟁률은 88.84대 1로 집계됐다. 일반 분양된 아파트 7,182가구에 총 63만8,027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린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가점 커트라인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 마지막 분양 물량이었던 강동구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에서는 청약통장 만점(84점)자가 나왔는데, 단지 내 당첨 커트라인도 64점에 달했다. 생애최초 특공 15%가 적용된 공공택지 민영아파트였던 이 단지의 1순위 청약에는 458가구 모집에 11만7,000여 명이 몰려 평균 25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청년층 특공 물량이 늘었다지만 대부분 기혼 가구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청약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의 박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신혼부부 특공과 생애최초 특공 모두 현재 결혼을 했거나, 미혼 자녀가 있는 경우에 한해 지원할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도 없는 1인 가구는 사실상 특공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공급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청약 제도만 바꾸다보니 세대간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경우 공급 자체가 부족한 만큼 어느 한쪽을 늘리면 다른 한 쪽은 줄어든다”며 “특공 물량을 늘리면 일반분양 신청자들의 불만이, 일반 분양을 늘리면 특공 대기자들의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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