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인생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져갈 때





세상에는 물론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키워왔던 첫번째 꿈이 지금 나의 직업이 된 사람. 처음 사랑에서 내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를 찾은 사람. (…)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지금, 지금의 내 삶을 살고 있다. 하나씩 지워간다는 것이 꿈이 더 작아지고 삶이 초라해지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언제쯤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도 알아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하나씩 지워간다는 것은, 초라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달라지는 것뿐이었다. 하나씩 지워간다는 것은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깨달아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강세형, ‘희한한 위로’, 2020년 수오서재 펴냄)


베스트셀러를 여럿 쓴 강세형 작가는 한동안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고, 책은 덜 팔리고, ‘우르르 쓰러져가는 도미노를 바라보듯’ 하는 날들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삶은 버겁고 귀찮아졌고, 단 하루라도 그저 아프지 않기만을 소망하게 됐다. 많은 것들을 인생의 목록에서 내려놓고 지워나가야만 했던 시절, 그러나 그는 이 암담함 속에서도 자신에게 ‘희한한 위로’를 주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깨달은 새로운 자신에 대해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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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세상 속에서 스스로 이뤄낸 일의 결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내가 끝내 이루지 못한 일들의 결과이기도 하다. 닿고 싶고 이루고 싶었지만 포기해야 하는 소망들, 아꼈지만 더는 만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을 하나씩 지우며 겸허해지는 것도 인생이다. 지운다는 것은 새로 쓰기 위해 덜어내고 비우는 것일 뿐, 그저 초라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것은 아닐 터이다. 우리가 계획하고 꿈꿨던 확실한 행복 너머에도 삶은 있었다. 그 낯설고 희한한 시간이 결국 다른 나를 만든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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