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화제의 책]조선의 지성인 선비의 삶을 엿보다

고뇌하며 사랑하고 즐겼던

조선시대 지성인을 만나다

■ 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 탐닉

■ 안나미 지음, 의미와재미 펴냄






겉은 부드럽고 속은 강한 ‘외유내강(外柔內剛)’, 청렴하고 검소하게 절약한다는 ‘청빈검약(淸貧儉約)’,지조와 절개를 바르게 하는 ‘일관주의(一貫主義)’,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넉넉한 ‘박기후인(薄己厚人)’등은 조선 선비의 정신이다. 음식을 탐해서도 안되며, 화려한 옷을 즐겨서도 안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단순하고 간결해 호화, 사치, 욕망과는 거리가 멀다. 임진왜란 이후 그들의 일상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명과 청으로부터 새로운 서양의 문물까지 들어오면서 선비들은 조선 초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매·난·국·죽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꽃을 가꾸고, 그림을 수집하며, 반려 동물을 키우는 등 그들만의 취향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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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선비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한문학자 안나미 박사의 ‘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 탐닉(의미와 재미 펴냄)’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선비는 그 자체로 현대의 ‘금수저’에 버금가는 특권이지만, 조선의 선비들은 지금의 금수저와는 전혀 다르게 그 특권을 사용했다. 꽃과 반려동물을 아끼고, 계절과 지역에 따른 음식과 조리법을 연구했으며, 산에 오르며 풍류를 즐겼으며, 집에 대한 취향을 품위있게 논하였다. 또 과거시험의 스트레스를 글로 남기는 여유를 가졌으며, 커뮤니티를 통해 동일한 취향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명분을 지키면서도 풍류를 잃지 않았던 기품 있는 선비들의 일상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들의 삶에서 지금과 유사한 일상을 발견할 수 있어서 반갑고, 과거제도의 압박과 신분제의 속박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조선 선비들의 개인적 취향과 기쁨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허균, 허난설헌 남매, 연암 박지원, 추사 김정희 등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매력적인 선비의 일상도 흥미진진하다. 벼슬아치로 기억되기 보다는 인간적인 선비로,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책 속에 한문으로 병기된 문장을 읽어내는 즐거움은 덤이다.

이 책은 역사학자가 아닌, 한학자의 시선으로 발굴한 조선 선비들의 일상탐닉에 관한 이야기다. 역사의 대동맥 사이사이, 모세혈관처럼 생생하게 존재했던 개인의 숨결을 모은 기록이다. 수천 건의 문헌을 발굴하고 수만 건의 한문 문장을 분석해, 역사의 퍼즐을 맞춰간 수기와 같다. 선비들이 남긴 문헌과 문집 등에 드러난 조선 금수저의 일상생활이 마치 현재의 시간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는 그들이 남긴 글 속에서 채굴하고 해석해낸 1인칭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역사도 결국 개개인의 일상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다. 역사가 어렵다면, 조선의 지성인이자 리더들의 평범하지만 품위 있었던 일상의 이야기부터 읽어보자.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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