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부의 영업 금지 처분으로 사실상 영업을 못해 온 서울 시내 대형 볼링장이 결국 매물로 나왔다. 볼링장 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방역 지침으로 사실상 영업을 못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손실 보상을 요구해 왔다. 대형 볼링장이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의 보상 요구는 더 확산될 조짐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볼링장 중 하나인 서울 동대문 소재 A볼링장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권을 포함한 볼링장 가치만 100억원 이상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해 말 볼링볼링이 매물로 나왔지만 매수 희망자가 많지는 않다"며 “임대인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30~40억원 정도면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개업한 이 볼링장은 볼링 레인만 32개로 대형급 규모다. 임대 면적은 6,611㎡(약 2,000평)으로 축구장 크기와 비슷하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볼링뿐 아니라 당구장, 게임기 등 여러 오락시설도 포함돼 있다. A 볼링장 관계자는 “볼링장 영업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도 게임비를 3,000원으로 낮춰 고객을 유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해도 지역 여가의 명소 역할을 했다. 볼링장은 대형 주상복합 지하에 있는데 이곳은 대형마트, 영화관이 포함돼 있어 근처 왕십리나 금호동, 행당동 거주민들이 자주 찾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해도 연 15억원 안팎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해 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영업 금지 대상 업종이 됐다. 인근 상권도 타격을 받으면서 나머지 시설 영업도 차질을 빚었다. 실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될 때마다 볼링장 영업이 금지돼 지난 해 2개월 가량 장사를 아예 할 수 없었다는 게 주변 상가 입주자들의 전언이다.
이 볼링장은 월 2,000만원에 가까운 이자에 직원 고용, 관리비 등 월 4,000만원이 넘는 운영비가 나가 시간이 갈수록 버틸 수가 없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 볼링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볼링 레일 하나를 설치하는 데 1억원이 든다"며 "볼링볼링은 레일을 까는 데만 30억원이 넘게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인테리어, 편의시설을 설치하면 투자금액은 막대하게 늘어난다. 또 보통 100평이 넘어가는 볼링장 특성상 임대료 절대 금액 자체가 높다. 서울시 기준 볼링장 임대료는 월 2,000만~3,000만원 정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현재는 오후 9시까지 영업이 가능한데 볼링장의 경우 오후 8시 이후 손님이 가장 몰리기 때문에 사실상 매출이 거의 안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세 자영업이 아니라 대형 자영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지난 해 코로나19에 따른 지원도 아예 없었다. 한 볼링장 대표는 "볼링장 특성상 고용 규모도 보통 5명이 훌쩍 넘고 매출도 커서 지난 해 재난지원금도 한푼 못받았다"며 "지원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볼링볼링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