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한진그룹 공격 3자 연합 와해 조짐…“싸울 명분이 없어졌다”

강성부 KCGI 대표 3월 주총 "산은에 협조할 것"

전문 경영 체제 공감 연대했던 3자 연합 판세 급변

지분 정리·이사 제안 등 각자도생 나설 듯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3자 연합이 와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자 연합을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평가받는 KDB산업은행에 ‘협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 출범’이라는 깃발 아래 뭉쳤던 3자 연합이 항공사업 재편 여파로 투쟁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3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3월 주주총회에서 산업은행이 제안하는 후보에 되도 록이면 협조적으로 할 것”이라며 “좋은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KCGI는 산은이 한진칼(180640) 유증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동원하고 주주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거래구조”라며 맹비난했었다. 다만 강 대표는 “처음부터 항공사 통합 대의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며 “통합하는 절차에서 주주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에 문제를 지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대범하게 협조적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은 내달 26일께로 예상되는 한진칼 주총과 관련해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정도의 주주제안을 발송할 예정이다.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강 대표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추천하며 전면전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사실상 해체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지분 공동 보유 당시 공개했던 계약서를 보면 3자 연합은 누구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의 등장으로 사실상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은 무산됐고 조원태 회장 체제가 공고화됐다.



산은의 등장으로 3자연합과 조원태 회장간의 지분율 경쟁 레이스도 큰 의미가 없게 됐다. 3자 연합은 조원태 회장보다 지분율을 늘리고 이를 무기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해왔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6.71%까지 올라갔다. 조 회장과 우호지분(41.1%)보다 높았다. 산은의 유증 참여로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1.84%로 낮아졌다. 3자 연합이 대주주라고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산은과 맞서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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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의 구조조정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조 회장 퇴진이라는 명분도 약해졌다. 3자 연합의 계약 기간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단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3자 연합이 해체된다 하더라도 당장 각각의 주주들이 지분을 정리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KCGI의 경우 최근 해외 펀드들에게 블록딜을 통해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KCGI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지만 KCGI가 가진 지분 20.34% 전부를 가져가기도 부담스럽다. 외국 펀드들은 코로나19 이후 항공업보다 항공업 MRO 산업이 주목 받는 만큼 직접 지분 취득 보다는 간접 투자로 MRO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캐나다 이민설 등이 돌고 있는 조현아(6.31%) 전 부사장도 과제가 있다. 지분을 정리할 수 있지만, 아직 상속세 등 현안들이 많다. 반도건설(20.06%) 역시 막대한 규모의 지분을 인수해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공식적으로 연대를 종료하는 한편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사회 진입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며 “산은이라는 국책은행과 대척점에 서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KCGI는 지분 매각이나 3자 연합 연대 종료 등과 관련해서는 “사실이아니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임세원·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임세원·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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