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 거부 과정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4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사표를 내겠다는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등의 발언을 했다. 여당에서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임 판사의 사표를 일부러 수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3일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회에도 이런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해명이 하루 만에 허위로 밝혀지자 이번에는 ‘불분명한 기억’ 탓이라고 둘러댔다. 사법부 수장이 사실 왜곡과 억지 해명으로 국민과 사법부를 우롱한 셈이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거짓말한 대법원장이야말로 탄핵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 상황을 거론하며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한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여권 인사들과 공모해 제 식구 몰아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야 할 대법원장이 정치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법치 수호의 책무를 버리고 삼권분립을 뒤흔든 것이다. 사법부 수장의 권위를 상실했으니 김 대법원장은 조속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국회는 이날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했다. 헌정사 초유의 일선 판사 탄핵이다. 거대 여당은 법사위 심사 등 법적 절차마저 무시한 채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임 판사에 대해 ‘사법 농단’ 딱지를 붙여 탄핵을 밀어붙였다. 이는 여당이 판사를 겁박해 권력분립을 흔드는 것으로 매우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