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역대급 공급대책 결국 '공공'…홍 부총리 "공급쇼크 수준"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 강당에서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 강당에서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급 쇼크’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현 정부의 25번째 대책이다. 그는 “83만 가구는 연간 전국 주택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며, 서울시에 공급될 32만 가구도 서울시 주택재고의 10%에 달하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수치는 과거 공급 대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대로 정비 사업이 진행돼야 이뤄질 수 있는 물량이다.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 등 기존 민간 사업으로 진행하던 물량 가운데 33만 가구를 공공 주도 사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실제 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 민간 사업을 공공 주도로 전환해 33만 가구 공급=정부의 이번 공급 대책(83만 가구)에서 대규모 물량은 세 가지 형태로 조성된다. 우선 기존 공급 대책과 마찬가지로 공공 택지 조성을 통해 총 26만 3,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과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을 통해 각각 19만 6,000가구, 13만 6,000가구를 조성한다.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과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은 기존 민간 사업을 공공 사업으로 전환해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형태다.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 기존 민간 사업으로는 개발이 어려워 노후화된 건물을 철거하고 신규 주택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은 기존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토지를 현물 출자받아 진행하는 형태다. 사업을 확정하면 기존 조합은 해체되고 공공이 모든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토지 소유자 등은 주민 대표 회의로 참여하지만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고 시공 브랜드를 정하는 권한만 갖게 된다. 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정비 사업에서 조합 총회 과정이 모두 생략되며 사업시행인가 이후 바로 착공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기존 13년가량 걸리는 사업을 5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도시 재생(3만 가구), 상가·오피스 리모델링(4만 1,000가구), 신축 매입(6만 가구) 등을 통해 13만 가구 이상을 도심에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 각종 인센티브에도 민간의 자발적 참여는 의문= 정부는 이날 발표한 공공주도 개발과 관련 각종 유인책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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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선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민간사업으로 추진할 때보다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들 사업은 토지를 넘겨받은 뒤 아파트·상가의 우선 입주권을 주는 형태로 진행하는 만큼 토지교환 방식으로 판단해 양도세도 물지 않겠다는 것이다.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에 대해선 ‘수익공유형 모기지’ 등 제도적 지원안도 꺼내 들었다. 월 소득이 없는 고령자 등 부담 여력이 낮은 토지 소유자에게는 주택 최초 취득시 분양 가격의 일부만 지불하되 소유권을 넘겨주고 향후 매매 시 공공에만 처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세금 반환 여력이 없는 집주인에 대해선 전용 대출보증 상품을 지원하고, 월세수입에 의존하는 고령자에겐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배당받을 수 있는 리츠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것이지원하기로 핵심이다.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대상으로 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인센티브는 이보다 더 강하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재건축 조합원 2년 의무 거주 조항도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공공임대 기부채납 조건도 바꾸기로 했다. 용적률 상향을 받는 대신 정비사업 조합에서 제공해야 하는 기부채납 비율을 적용하지 않고, 전체 신축 물량의 20~30%를 공공임대와 공공자가주택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기존 재개발(10~15%), 재건축(5~10%) 공공임대 의무공급 비율보다는 늘지만, 용적률 상향혜택으로 제공해야 하는 공공임대 주택보다는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공공 주도 사업에 참여하면 토지를 공공에 현물로 제공한 뒤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만큼 토지주들이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기본적으로 공공주도의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며 “토지 소유주는 어느 쪽이 이익이 될지를 살펴본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 예측대로 활발하게 사업이 이뤄질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저층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의 모습./오승현 기자저층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의 모습./오승현 기자


◇동의 비율 낮춰 ‘신속 진행’…사유재산 침해 우려도=정부는 이날 공급 대책에서 공공 주도의 정비 사업에 대해 토지 소유주 동의율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기존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에서는 토지 소유주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공공 사업에서는 토지 소유주 3분의 2의 동의가 이뤄지면 사업이 확정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은 토지주 10%의 동의를 받아 지구 지정을 하게 된다. 이후 1년 내 토지주 3분의 2(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공공 주도로 개발 사업이 이뤄진다. 만약 동의를 얻지 못하면 사업은 취소된다. 개발 사업에 반대하면 신규 아파트·상가 우선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 역시 조합원 2분의 1의 동의를 얻으면 신청할 수 있고 1년 내 조합원 3분의 2의 동의가 이뤄지면 사업이 확정된다.

이렇다보니 사유재산 침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도 의사와 관계없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이 경우 공공 주택 사업지에서 발생하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나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전무하다. 한 정비 사업 관계자는 “조합원 동의율을 낮추면 사업에 속도감이 붙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는 문제점이 있다”며 “3분의 1이 반대하는 사업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사업을 두고 각종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주민 동의만 일정 비율로 받으면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제약이 없다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나머지 동의하지 않은 자들은 강제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쉽게 말하면 정부가 개인의 땅을 손쉽게 빼앗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낙후 지역에서는 집주인들도 값싼 주택에서 실거주를 하고 있는 서민층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택 공급만 할 수 있다면 개인의 권리가 침해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라고 덧붙였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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