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처키. 푸른 눈에 빨간머리. 나이는 28세. 인종은 인형."
공포 영화 '사탄의 인형' 주인공인 '처키'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어린이 유괴범으로 실시간 수배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텍사스주는 지난달 29일 어린이 실종을 긴급 공지하는 '앰버 경보'(Amber Alert)를 내보냈는데, 주민과 방송사는 이를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나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받아보게 됐다. 공지에는 '용의자'로 처키의 이름과 손에 흉기를 든 사진이 포함됐으며, 세부 사항으로도 마치 처키가 실존 인물인 것처럼 인상착의를 자세히 적어놓았다. 실제로 "나이 28살. 머리카락 붉은빛. 눈동자 푸른색. 몸무게 16파운드. 성별 남성. 인종 인형"이라고 적혀있다. '추가 정보'로는 "알록달록한 긴팔 상의에 청 소재 작업복을 입었으며, 커다란 주방 칼을 휘두르고 다님"이라고도 적었다.
이러한 묘사는 1988년 시작된 공포 영화 시리즈 '사탄의 인형' 속 캐릭터를 그대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황당한 공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유괴 아동'으로는 처키의 영화 속 아들인 '글렌'이 지목된 것. 공지는 글렌의 인상 착의를 "나이 5살. 머리카락 붉은빛. 눈동자 푸른색. 인종 백인" 등으로 설명하고 "처키와 글렌이 텍사스주 헨더슨시 거주지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고도 설명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 당국은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국은 문제의 공지가 "테스트 오작동에 따른 결과"라고 해명하고 "이번 일로 야기됐을 혼동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당국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지를 받았는지,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처키 원작자인 돈 맨시니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들을 제발 찾아달라"고 쓰기도 했다.
/이혜인 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