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공연을 중심으로 한 암표 거래 조짐에 제작사들이 ‘예매 결제 수단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객석 띄어 앉기 완화 이후 주요 작품들이 공연을 재개한 가운데 일부 판매업자들이 불법 프로그램으로 다량의 티켓을 선점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팔려는 시도가 포착되자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뮤지컬 ‘고스트’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최근 공지를 통해 “2~8일 무통장 입금 예매를 제한한다”며 “해당 기간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최근 무통장 입금으로 다량의 티켓을 보유한 예매 사례들이 발견되자 내놓은 조치다. 무통장 입금이 티켓 불법 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뮤지컬 ‘위키드’와 ‘호프’, 연극 ‘얼음’도 무통장 입금을 막고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호프와 얼음은 1인당 예매 가능 티켓을 2매로 한정하며 이중의 제한을 뒀다.
암표상들의 불법 좌석 선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불법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여러 예매처에서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티켓을 다량으로 확보하고, 이렇게 잡아둔 표를 중고 사이트에서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1차 예약으로 자리를 선점한 뒤 곧바로 결제하지 않아도 되는 무통장 입금 방식의 빈틈을 악용한 것이다. 공연장에서 입금자와 티켓 수령자가 동일한지 신분을 확인하지만, 업자가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한 뒤 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방역 수칙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제작사가 예매를 일주일 단위로 짧게 가져가면서 이 같은 불법 예매와 거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공연을 오래 기다려 온 많은 관객들이 예매조차 할 수 없게 되자 배우들도 경고하고 나섰다. 위키드의 주인공 옥주현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티켓팅 끝나자마자 바로 이쩜오배가 넘는 가격으로 암표 올라오게 하는 분들에게 인간적으로 부탁 드린다”며 “곧 오픈되는 구정 연휴 회차 티켓팅 때 보겠다. 그리고 잡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진정 이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만 함께 할 수 있도록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