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가득 쌓인 집에 어린 남매를 장기간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엄마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 나가며 남매만 집에 방치한 채 수시로 집을 비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4단독 이근철 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첫 재판에서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43·여)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가 "혐의를 인정하는 게 맞느냐"고 묻자 A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 판사는 "피해 아동의 진술이 (증거로) 나와 있다"며 "'엄마가 10월 초에 집을 나가서 11월이나 12월에 들어온 것 같다'는 내용"이라고 말하자 A씨는 "일 때문에 집을 비웠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프리랜서 작가라고 직업을 밝힌 A씨는 취업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거리가 줄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다른 지역에 가서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글을 작성해 주는 일을 하며 수시로 장기간 집을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가족 관계를 확인하는 재판장의 물음에 "남편과는 출산 직후 이혼해 혼자서 큰아이를 키우다가 미혼모로 (다른 남성과의 사이에서) 둘째인 딸을 낳았다"며 "이 사실을 피고인이 부모님에게 숨겼기 때문에 양육을 도와달라고 하기 어려운 처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당시에는 피고인의 부모님이 몰랐을 수 있지만, 구속된 지금은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고, 양형 조사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현관 입구부터 쓰레기가 가득 쌓여 발 디딜 틈도 없던 A씨 집의 내부 영상도 공개됐다. 또 A씨의 아들 B(12)군이 혼자서 자택 인근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을 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증거로 제출됐다. A씨는 "집을 나갔을 때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주거나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도시락을 사 먹게 했다"며 "집을 비운 사이 매일 카톡으로 (아들과) 연락을 했는데 '괜찮다. 천천히 와도 된다'는 답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0∼12월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자택에서 쓰레기더미 집에 아들 B군과 딸 C(6)양을 방치하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발견 당시 거동이 불편했던 C양은 영양상태가 나빴고 기초적인 예방 접종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사건 발생 후 C양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뇌성마비와 지적 장애 진단을 받았다. 남매가 살던 집에서는 C양이 평소 사용한 젖병과 기저귀의 흔적도 나왔다. 당시 A씨는 아이들만 집에 방치하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며 경찰에는 "볼 일이 있어서 잠시 외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방임 혐의가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도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두 자녀를 데리고 2017년 12월부터 월세를 내고 해당 주택에서 지냈다.
사건 발생 후 남매는 보호시설로 보내져 임시 보호를 받는 중이며 이달 17일까지는 A씨와 연락을 하지 못하게 조치된 상태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