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CT-P59)’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했다. 이에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는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심사 과정에서 경증 환자에 대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치료제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항체치료제의 효능·효과가 기대에 비해 크지 않고 현재 공개된 임상시험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렉키로나주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활용해 만드는 항체치료제다. 이날 식약처는 임상 3상 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렉키로나주를 허가했다.
의료계에서는 기대와 회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낮춰 주므로 병상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임상시험 계획의 적절성 등을 문제 삼는 회의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렉키로나주의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급격하게 증가하는 중증 환자로 인해 고갈되는 병상, 인력 등 의료자원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당시 공개된 임상 결과를 보면 렉키로나주는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 발생률을 54% 줄였고, 회복기간 역시 3일 이상 단축하는 효과를 보였다. 코로나19 증상이 사라지는 임상적 회복을 보이기까지의 시간은 렉키로나주 투여군에서 5.4일, 위약군 투여군에서는 8.8일이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시험 프로토콜이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며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전체를 알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대는 한다"면서도 "임상 디자인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천 교수는 "리제네론이나 릴리의 항체치료제는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이행을 막는 데 쓰이는데, 우리나라는 중등도 환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임상 3상에서 입원 전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임상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에 이뤄졌으나, 폐렴을 동반한 중등증 환자가 전체 임상시험 모집단의 60%를 차지한다.
항체치료제 자체에 대한 회의도 나온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한국과학기자협회의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과 바이러스 변이 현황' 토론회에서 항체치료제가 중증 또는 변이 바이러스 환자에게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방 센터장은 "기존 바이러스에 대응했던 중화항체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이 바이러스와 애매하게 결합해 세포 침투와 증식을 도울 수 있다"며 "항체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도 하지만 다양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므로 항체가 원하지 않는 면역반응을 만들면 중증 환자에게는 더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약처는 임상 3상 시험 자료 제출을 전제로 하는 렉키로나주의 품목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임상 3상 시험이 충실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렉키로나주가 의료현장에 사용되면 앞으로 국내에서 사용될 백신과 함께 코로나19 극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임상 3상에서 분명한 효과가 확인된다면 중환자 병상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