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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방가 대신 조용한 박수…달라진 ‘팬들의 메이저’

PGA 투어 최고 인기 피닉스 오픈 1R…이경훈 3타 차 6위

하루 20만 명 찾던 대회, 올핸 1일 5,000명으로 제한

가장 시끄러운 16번 홀에도 2,000명 흩어져 앉아

해리스 잉글리시가 5일 피닉스 오픈 1라운드 16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AFP연합뉴스해리스 잉글리시가 5일 피닉스 오픈 1라운드 16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AFP연합뉴스




“그 유명한 16번 홀에 온 걸 환영해요, 로리.”



5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TPC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총상금 730만 달러) 1라운드. 이 대회 첫 출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6번 홀(파3)에서 칩 샷을 하다가 한 팬의 환영 인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이 홀은 옆 사람 얘기도 제대로 듣기 힘든 곳이다. 음주와 고성, 야유가 허용돼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골프 대회로 유명한 피닉스 오픈. 그중에서도 16번 홀은 특히 시끄러운 곳이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처럼 최고 3층 높이의 그랜드스탠드가 둘러싼 이곳은 ‘콜로세움’이라는 별명처럼 그 안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을 분위기로 압도한다.



2만 명 이상의 함성과 야유가 들어차던 16번 홀이 올해는 2,000명 입장으로 제한되면서 대부분 빈 좌석들로 남았다. 1·2층 일부에는 아예 흰 천이 둘러져 착석 자체가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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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하루 20만 명을 받던 피닉스 오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올해는 일일 입장객을 5,000명으로 제한하고 선수들의 사인을 받는 것도 금지했다. 장내 자원봉사자들은 ‘조용히 해주세요(QUIET PLEASE)’ 대신 ‘마스크를 써주세요(MASK UP PLEASE)’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그래도 5,000명은 코로나19로 투어가 처음 중단됐던 지난해 3월 이후 최다 관중이다. PGA 투어 대회에 갤러리 입장이 허용된 것도 석 달 만의 일이다. 팬들은 확 쪼그라든 ‘골프 팬들의 메이저 대회’를 감사해하며 즐겼다.

14번 홀 아이언 샷 하는 로리 매킬로이. /스코츠데일=AFP연합뉴스14번 홀 아이언 샷 하는 로리 매킬로이. /스코츠데일=AFP연합뉴스


전 세계 랭킹 1위의 인기 스타 매킬로이(현 6위)는 “사람들 앞에서 경기 한다는 자체가 행복했다”며 “진정한 피닉스 오픈을 한 번은 꼭 경험하고 싶다.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간 뒤에 반드시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땅에 박힌 공의 처리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던 매킬로이는 이후 “내가 공을 밟았다”는 자원봉사자의 e메일 덕에 금세 명예를 회복하고 이 대회에 나왔다. 첫 두 홀에서 더블 보기-보기로 헤매던 그는 이후 버디 5개와 보기 하나로 회복해 1언더파 공동 50위로 첫날을 마쳤다. 8언더파 공동 선두 매슈 니스미스·마크 허버드(이상 미국)와 7타 차다. 16번 홀에서 쉽게 버디를 잡은 니스미스는 “몇 차례의 박수만 나왔다. 홀인원성 버디에도 그 홀이 그렇게 조용했던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5언더파 공동 6위의 잰더 쇼플리(미국)는 “샷에 대한 갤러리의 코멘트가 다 들렸다. ‘에이, 뒤 땅이네’하는 소리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54세의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최장 327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리며 6언더파 5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고, 세계 263위 이경훈은 그린 적중률 100%의 고감도 아이언 샷을 앞세워 5언더파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경훈은 “샷도, 퍼트도 모두 잘 돼 편하게 경기를 잘 한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갤러리 앞에서 경기 했는데 소리도 질러주시고 해서 재미있게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2언더파, 김시우는 이븐파, 임성재는 1오버파로 출발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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