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1년 이상 계속되며 항공사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화물기를 통해 영업이 가능한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객 영업만 해왔던 LCC들은 적자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020560)과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등 LCC들은 설 연휴 전후로 작년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8일, 나머지 항공사들은 16일 실적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 4,050억 원, 영업이익 2,383억 원을 기록해 양호한 경영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년 대비 매출 40%, 영업이익 17%가 준 수치지만 세계 항공사들이 적자를 내는 중에 나홀로 흑자 성적표를 받아들어 선방했다는 것이다.
반면 진에어는 창사 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 2,718억 원, 영업손실 1,84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0.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78% 증가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LCC들의 상황도 진에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과 달리 흑자를 낸 대한항공은 여객 수요를 화물 운송 확대로 상쇄한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은 전년(7조 7,675억 원) 대비 74% 감소한 2조 52억 원이었지만, 화물매출은 2019년 2조 5,575억 원에서 4조 2,507억 원으로 66% 늘었다. 유휴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투입하고, 23대의 화물기 가동률을 높인 것이 화물 매출 증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매출의 대부분을 여객 수송에 의존했던 LCC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에 대응해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국내 LCC들은 별도의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아 ‘벨리’(여객기 하부 화물칸)를 통한 화물 운송으로 부수적인 화물 매출을 올려왔다.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LCC 화물 운송은 제주항공 3만 381톤, 진에어 2만 9,905톤, 티웨이항공 2만 4,533톤이다. 2019년 제주항공 10만 820톤, 진에어 8만 1,225톤, 티웨이항공 5만 8,755톤과 비교하면 여객기 운항 감소 영향으로 화물 운송량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진에어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기내 좌석에 화물을 싣는 ‘기내 운송’을 시작했지만, 부정기 노선이다 보니 화물 매출 실적은 저조했다.
올해도 전년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여객 수요가 2019년의 5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 보급으로 자가면역이 형성되는 시점인 2022년이 돼야 여행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다.
LCC는 지난해 면세품 구매가 가능한 국제선 관광비행을 운항하고 국내선 노선을 확대했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LCC들은 올해 매출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상증자 등의 자본확충을 추진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