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수천 명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국제사회는 이번 시위가 쿠데타 정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수천 명이 7일(현지 시간)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부터 시위를 이어온 시위대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비판하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 구금된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군부 독재 타도” “군부 독재자는 실패, 민주주의는 승리”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상징색인 빨간색 머리띠와 깃발을 흔들고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세 손가락은 영화 ‘헝거 게임’에서 차용된 저항의 상징으로 태국 반정부 시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시위대 중 한 명은 “민주주의를 쟁취할 때까지 계속 민주주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날의 경우 양곤을 비롯한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수백 명이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쿠데타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지만 시위를 막는 경찰이 방패 뒤에 총기를 든 모습이 목격되면서 유혈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측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얀마에서는 1962년과 1988년 민주화 운동 당시 군경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미얀마 시위대는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대신 비폭력을 외치며 평화적인 저항운동에 나서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진압복 차림의 경찰들에게 다가가 장미꽃을 꽂아주며 군부가 아닌 국민의 편에 서달라고 말했다.
군부는 시위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전날 오전 전격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했다. 군부는 1일 새벽 쿠데타를 일으킬 때도 인터넷을 막은 바 있다. 군정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막기 위해 3일 밤부터는 페이스북을, 전날 밤부터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접속도 잇따라 차단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남동부 미야와디 지역에서 7일 경찰이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현지 매체의 페이스북 중계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무장 경찰이 수백 명의 시위대 속으로 돌진하고 이후 총소리가 들렸지만 어떤 종류의 총탄이 발사됐는지, 사상자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현지에서는 고무탄이 발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가 수지 고문에 대한 사법적 탄압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치 토 NLD 대변인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지 고문이 건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군정이 변호인 접견을 차단한 채 수지 고문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정은 3일 수지 고문에 대해 워키토키 6대를 불법으로 수입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쿠데타 당일 군인들이 수지 고문의 자택을 뒤져 이 워키토키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쿠데타 이후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군부가 수지 고문을 반역죄로 기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반역죄 형량은 최소 20년에서 사형까지다. 수지 고문의 변호인인 킨 마웅 조는 기자들에게 “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건 없는 석방을 원한다”면서도 “우리는 최선을 바라지만 최악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