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은 80 대 20 법칙이라고도 한다.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20%의 운전자가 전체 교통 위반의 80% 정도를 차지한다든지 20%의 범죄자가 80%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등의 경우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직장 생활에 적용해보면 직원 중 상위 20%인 고성과자가 총 성과의 80%를 내고 승진도 빠르다. 나머지 80%는 ‘저성과자’가 된다.
직장인은 가끔 자신이 20%에 속하는지 아님 80%에 속하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이 80%에 속하는 직원을 회사가 해고한다고 해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언제 그만둬도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을 터, 자존감도 낮다.
그럼 회사가 최저 비용, 최고 성과를 목표로 상위 20%의 직원의 고용은 유지하고 남은 80%의 직원을 해고하면 어떻게 될까. 파레토 법칙을 적용하면 그 20%의 직원 중 20% 고성과자가 전체 성과의 80%를 내고 나머지 80%는 다시 저성과자가 된다. 따라서 이 80%라는 수치는 어느 조직에서나 반드시 필요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80%에 속하는 저성과자는 기죽을 필요 없다. 저성과자가 있기 때문에 고성과자가 있고 저성과자는 고성과자를 빛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력이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이 A+를 받을 수는 없다. 80%의 A0 이하의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20%의 A+가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고성과자들이여. 저성과자들을 구박하지 말고 감사하고 대접하라. 저성과자가 있기에 그대가 빛나는 것이다. 본래 파레토 법칙 자체가 그리 믿을 게 못된다.
실은 사회의 기생충이 더 문제다. 영국 왕립지리학회 소속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구한말 부산에서 연해주까지 여행했다.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을 썼는데 당시 조선에는 인간 기생충들이 우글거렸다고 한다. 나라의 지도층이 그들이다. 할 일이 없는데도 새로운 관직을 계속 만들어내 측근과 친척들에게 나눠줘 국고를 축냈다. 이 기생충들이 흡혈귀가 돼 인구 5분의 4인 하층민과 평민계급의 피를 빨아먹었으며 상인은 천대받고 백성은 수탈의 대상이었다고 썼다.
오늘날 한국의 기생충은 누구일까. 역시 나라의 지도층인가. 그런데 기업을 뜯어먹는 한국 기생충은 진짜 기생충만도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기생충은 숙주를 죽이지는 않는다. 자기도 죽을 것이기 때문에. 반면 기업에 기생하는 인간 기생충들은 죽기 살기로 숙주인 기업을 죽이려 든다. 이들에 비하면 직장 내 저성과자들은 양반 중 양반이다.
아무튼. 선량한 직장인들이여. 그대들은 기생충이 아니다. 오늘도 기죽지 말고 그대의 자리를 굳세게 지키기 바란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