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기아의 ‘애플카’ 생산 가능성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애플카’ 생산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측 간의 논의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다만 이번 협상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는 분석도 많아 향후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5일(현지 기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현대차·기아의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한 소식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새어 나오자 유달리 비밀주의가 강한 애플이 화가 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블룸버그는 양사 간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애플이 일본을 포함해 최소 6개 자동차 제조업체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기아의 ‘애플카’ 생산 가능성은 올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다. 이에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관계된 종목의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실제 기아의 경우가 관련 소식이 처음 알려진 1월 8일 이후 이달 5일까지 주가는 61.11%나 뛰었다. 현대차의 주가도 이 기간 21.11%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이 때문에 주가가 움직였다. 기아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에서 SK이노베이션이 새 공장을 짓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른바 ‘조지아주 테마’로 엮인 구영테크(053270), KB오토시스(024120) 등 일부 코스닥 종목은 상한가로 치솟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개인들을 중심으로 대거 관련 종목을 매집해왔다. 지난달 1월 8일부터 이달 5일까지 현대차의 개인 순매수한 규모는 9,157억 원에 이른다. 기아차(000270)도 7.988억 원어치 사들였다. 여기에 현대모비스(012330)(9,724억 원)의 순매수 규모까지 합하면 약 1조 9,000억 원 규모를 개인들이 쏟아부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이슈로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보는 가운데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장 8일 현대차가 내놓을 공식 입장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앞서 현대차는 애플과 협력 가능성에 “결정된 바 없다”고 알리면서도 한 달 안에 관련 내용을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차도 오는 19일 재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외신에서는 여전히 현대 기아의 애플카 생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 관련 논의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