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발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약 열흘마다 2배 정도로 확산하며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양성 검사 결과에서 영국발 변이의 유행도가 2배로 높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9.1일로 추정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연구 보고서 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는 영국발 변이 코로나바이러스(B.1.1.7)가 다음 달 말이면 미국에서 지배적인 유형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내용이 실렸다. 메드 아카이브에는 정식 발행 이전의 의학·임상 분야 연구 결과가 실린다.
연구진은 "미국이 B.1.1.7이 급속히 지배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된 다른 나라와 비슷한 궤도에 올라 있음을 우리 연구는 보여준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이환율과 사망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결정적인 조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여러 대학·연구소와 게놈 연구업체 헬릭스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영국발 변이가 이미 지난해 11월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미국에 유입되어온 것으로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 미국 플로리다주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추정 유행도가 가장 높은 주(州)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비영리 연구소 '스크립스 리서치인스티튜트'의 크리스티안 앤더슨은 이번 연구에서 1월 말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봤는데 플로리다주는 지난 1주 새 영국발 변이의 감염률이 5% 미만에서 약 10%로 상승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영국발 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한 지난달 중순 무렵만 해도 이 변이는 확진 사례의 0.5%에도 못 미쳤지만, 1월 말이 되자 3.6%로 확진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고 연구진은 보았다. 보고서는 영국발 변이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종보다 35∼45% 전염성이 더 강하며, 전국적으로 9.8일마다 양성 판정 사례가 2배로 증가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다른 공동저자인 애리조나대학의 마이클 워로비는 "그것(영국발 변이)은 아주 빨리 지배적인 종이 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CDC는 지난달 16일 내놓은 예측 모델에서 3월이면 영국발 변이가 지배적인 종(種)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WP는 이번 보고서가 처음으로 CDC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 데이터의 대부분을 제공한 헬릭스의 사장 겸 설립자 제임스 루는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아직 동료 심사(peer review)를 거치거나 정식 발행되지는 않았다. 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33개 주에서 610여명의 영국발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확인됐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