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코스피가 1,000포인트가량 오른 반면 주가는 10% 상승하는 데 그쳐 주주의 속을 태운 SK텔레콤(017670)에 대한 기대가 피어나고 있다. 기정사실화된 SK(034730)텔레콤의 지주사 전환이 임박했다는 진단과 함께 주가 향방에 대한 정반대 해석이 나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환기되면서 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텔레콤은 전 거래일보다 2.51% 하락한 25만 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 5일에는 4.66% 오르고 지난달 초에는 7% 이상 급등하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평소 움직임이 적은 통신주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상승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꿈틀대는 원인을 SK텔레콤의 지배 구조 재편 임박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SK의 지배 구조는 오너→SK→SK텔레콤→SK하이닉스(000660)로 이어진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내년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기존 20%에서 30%로 상향돼 올해 SK텔레콤이 지배 구조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재 SK하이닉스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20% 수준인데 올해를 넘기면 9조 원을 들여 지분 10%를 매입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의 현금성 자산은 2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새판 짜기를 통해 SK는 궁극적으로 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손자회사는 인수합병(M&A) 시 100% 지분을 매수해야 해 하이닉스의 투자에 걸림돌이 됐다.
증권가는 SK텔레콤이 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SKT홀딩스’와 이동통신 업체 ‘SKT통신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SKT홀딩스 아래에는 하이닉스 등 비통신 자회사를 두게 된다. 인적 분할 시 두 회사는 각각 상장하게 되며 주주는 기존 지분율대로 2종목을 보유하게 된다. 회사를 쪼개는 데서 끝이 아니라 SK는 SKT통신회사의 지분을 SKT홀딩스에 현물 출자해 중간 지주사에 대한 지분을 높이고 SKT통신회사를 SKT홀딩스의 자회사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 SK와 SKT홀딩스가 합병 수순을 밟아 그룹이 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할 것으로 증권 업계는 보고 있다.
인적 분할이 주가에 미치는 득실을 두고 전문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투자는 인적 분할은 SK텔레콤에 호재가 아니며 분할 뒤 합계 시총이 현재(20조 원)보다 불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주된 근거는 SKT홀딩스의 ‘태생적 한계’다. 시장은 SKT홀딩스가 SK와 합병될 처지인 것을 알기 때문에 자회사의 기업공개 등 호재가 SKT홀딩스가 아닌 최종 귀속자인 SK에 돌아갈 것으로 봤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불운한 운명을 갖고 탄생한 중간 지주사에는 엄청난 할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분할 이슈로 주가가 뛰면 일정 부분 차익실현을 권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안타증권은 분할 뒤 SK텔레콤의 시총이 29조 원 이상으로 팽창할 수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극단적 저평가를 받는 SK텔레콤 사업부에 대한 개별적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시총이 자연스레 확장될 것이라는 견해다. 또한 합병은 급한 게 아니기 때문에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SKT홀딩스의 주가를 통제할 개연성은 희박하며 신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SK의 시총이 적절한 순간에 도달하면 합병할 것이라고 봤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배 구조 개편 목적은 기업 가치 향상과 하이닉스에 대한 지배력 강화”라며 “합병을 위해 핵심 자회사의 잠재력을 억제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 SK텔레콤 이사회에서 분할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직원 업무 배치와 관련한 내부 저항에 막혀 추진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상반기 중 분할 관련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물적 분할은 통신사업자 재허가를 받는 위험이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 측은 “애초 지난 이사회에서 분할 관련 안건이 상정될 계획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