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첫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는 등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평가받던 검사들이 요직을 지킨 것과 관련,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박 장관을 향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김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윤석열 패싱' 논란에 휩싸인 이번 검찰 조직 인사에 대해 "검찰총장 만나고 장관 맘대로 인사하는 박범계, 검찰총장 안만나고 맘대로 인사하는 추미애, 누가 더 교활할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검찰청법 34조는 장관이 검찰 인사시 총장의 의견을 들어서 하도록 명시돼 있다. 사실상 협의를 규정한 것"이라고 상황을 짚고 "아예 이를 피하고 제멋대로 하는 추미애보다 겉으로는 총장과 협의하는 척하면서 진짜로 '듣기만' 하고 결국은 제멋대로 하는 박범계가 더 교활하고 못된 사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교수는 이어 "마치 총장과 협의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사진도 내보내더니, 결국은 추라인으로 검찰고위직 돌려막기 한다"면서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으면 아예 안만나는 게 차라리 인간적일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교수는 "겉으로는 웃으며 뒤로는 칼을 꽂는 박범계식 배신, 윤 총장 핫바지로 만들면서 식물총장 알박기하는 것"이라고 박 장관을 향한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덧붙여 김 교수는 "법원행정처장에게 빌어보라고 웃으며 가학하는 사디스트적 심리인가"라고 물은 뒤 "인성 자체가 바닥인 사람이 법을 지키는 수장이라니, 참 무섭다"라고도 적었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을 '패싱'했다는 검찰 내 반응과 관련, "패싱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박 장관은 법무부 과천 청사에 출근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저로서는 최대한 애를 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이번 인사에 윤 총장 측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면서 "(심재철) 검찰국장을 교체했고, 신임 검찰국장은 총장 비서실장격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했던 사람을 임명했다. 또 신임 기조부장에는 총장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했고, 대전지검장도 유임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 앞서 윤 총장은 박 장관에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교체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 중인 이두봉 대전지검장의 유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나 대전지검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게 됐고, 심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한다.
박 장관은 또 '최종 인사안에 관해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대검의 불만에 대해서는 "지금 거론된 분들은 총장을 직접 만났을 때 다 구두로 명확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서울중앙지검장 유임과 관련해서는 "현안 수사하는 분들은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보기 나름이겠지만, 꼭 총장 시각에서만 물어보지 말고, 제 입장에서도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총장 입장에선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애를 썼다"고 설명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