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대선 전 야권을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아닌 신당을 구심점으로 새로운 세력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중도 신당이 아닌 완전한 야권 재편을 꺼낸 만큼 국민의힘의 반발로 인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복병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 전 의원은 9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합리적 정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공간, 합리적인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합리와 비합리의 문제”라며 “다원주의와 자유주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에는 ‘민주적인 태도’가, 국민의힘은 ‘국민의 신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원주의와 자유주의의 기초는 토론인데 민주당은 전혀 토론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견을 허락하지 않고 경직돼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반대를 허용하지 않은 민주당의 분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탄핵 이후에 변화가 전혀 안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 전 의원은 이 같은 정치 상황이 ‘국민과 정치가 극도로 벌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기존 정치에 균열을 낼 수 있다면 (신당 창당에 대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 주자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한 후 본선에서 당선되면 제3지대가 정치권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 대표 역시 대선 전 야권을 재편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그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에 생각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대표는 그러나 “(입당하지 않는) 이 길이 야권 전체를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나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역시 긴 안목으로 제3지대를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달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진영 논리를 깨는 상상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오는 15일과 25일 각각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평가와 대안’ ‘서울시 비전과 정책’을 주제로 TV 토론을 진행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