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일본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대일 투자에 돌입한다. 지난해 5월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TSMC가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두고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일 동맹의 축에 한껏 가깝게 다가서는 모양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SMC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200억 엔(약 2,123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R&D 법인 등을 설립한다. TSMC는 향후 일본에 생산 라인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세울 예정인 R&D 시설은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작업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공정 작업은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기기의 크기가 작아지고 공정이 계속 미세화하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야다. 이번 투자 계획이 이달 중 열리는 이사회의 최종 결정만 통과한다면 TSMC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TSMC 관계자는 “코멘트를 할 수는 없지만 (계획이) 결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TSMC의 이번 투자 결정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세력 대결을 펼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일석다조’를 거둘 수 있는 영리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쓰쿠바에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반도체 연구소들이 많다”며 “TSMC 입장에서 일본 진출은 고급 R&D 인력에 대한 니즈를 충족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 내수 시장, 더 나아가 미일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