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김대홍 카카오證 대표 "플랫폼 통해 투자 일상화…10개월만에 320만 고객 만들었죠"

[CEO&Story]

국내 첫 온라인 증권사 설립 멤버로

30년 잔뼈굵은 '증권 플랫폼 전문가'

'뭐든지 다르게 생각한다' 인식 전환

소액으로 투자 가능하게 문턱 낮춰

펀드 가입자 120만명 등 신기록 행진

3~4년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도

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현대백화점 오피스동에 위치한 카카오페이증권에서 김대홍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남=성형주기자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현대백화점 오피스동에 위치한 카카오페이증권에서 김대홍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남=성형주기자




‘세상에 없던 증권사’를 만들겠다며 증권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카카오(035720)페이증권이 이달 첫돌을 맞는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기업금융(IB) 중심의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지난해 2월 말 시장에 정식으로 등장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증권사지만 영업 개시 10개월 만에 32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세를 불리면서 증권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카카오페이증권이 써내려간 기록의 중심에는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의 카카오페이증권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는 뭐든지 다르게 생각합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생활 금융 플랫폼 ‘카카오페이’를 매개로 해 투자와 일상생활을 밀착해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라고 카카오페이증권의 지향점을 말했다.

1990년대 말 국내 온라인 증권사 첫삽 뜬 온라인 금융 전문가


김 대표는 지난 30년간 증권 업계에 몸담으며 증권 플랫폼 개발 쪽으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김 대표는 1999년 동원증권을 나와 국내 첫 온라인 증권사인 E*미래에셋 법인설립위원회에 참여했고 2009년에는 미래에셋증권 온라인비즈니즈 본부장을 맡으며 국내 첫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를 주도했다.

그는 “대한민국 첫 온라인 증권사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이 일으킨 변화를 목격하면서 한국도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2019년 무렵 앞으로는 플랫폼이 금융을 장악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카카오페이에 합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국내 온라인 증권 서비스 혁신을 주도한 그의 경험은 카카오페이증권을 이끄는 큰 동력이 되고 있다.

그가 과거 기존 증권사에 몸담았을 때와 카카오페이증권을 경영하면서 방점을 찍는 가장 큰 차이는 뭘까. 과거에는 증권 서비스가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막대한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무게를 뒀지만 지금은 ‘플랫폼을 통해 일상과 투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 확립에 중점을 두는 게 가장 다른 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대표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당시 객장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집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면 됐다. 당시에는 혁신적이었지만 정보를 새 그릇에만 담으면 되는 작업이라 비교적 단순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단순 정보 공급을 넘어 증권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과 연결해 일상과 투자를 가깝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르게 생각하는 비법? 그건 관점의 문제


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현대백화점 오피스동에 위치한 카카오페이증권에서 김대홍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남=성형주기자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현대백화점 오피스동에 위치한 카카오페이증권에서 김대홍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남=성형주기자


인터뷰를 하는 내내 시종일관 김 대표는 “카카오페이증권은 모든지 다르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늘 섬광 같은 무엇인가가 스치는 것일까. 그에게 매번 다르게 생각하는 비결이 있냐고 물었다. 인식의 전환이 쉽지 않은 일이 아니라면서 경험담을 소개했다. 3,500만 명이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플랫폼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절약 등의 이점도 있지만 기존 플랫폼의 성격에 부합하는 증권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증권 서비스와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강하게 결합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며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때 어떻게 기존 증권사보다 쉽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관점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관점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것을 계속 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곳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증권사가 가야 할 길을 직접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시각을 대입하다 보면 정체됐던 사고의 길이 풀리는 경험을 하고는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새 관점을 얻으려면 우선적으로 다양한 것을 보는 게 필요하다”며 “그래서 여행도 자주 가고 주변에 핫 플레이스가 생기면 직접 가보면서 시야를 넓히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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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장으로 이끈 카카오페이증권은 시장에서 1년차 ‘새내기 증권사’ 답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카카오페이증권의 개설 계좌 수는 320만 개 수준이다. 펀드 상품 가입자도 12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는 960만 건의 투자가 발생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판매하는 키움자산운용의 '똑똑한 펀드'는 지난해 말 순자산 1,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에는 1,800억 원에 육박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특히 펀드 기록은 직접 투자 열풍으로 침체된 공모 펀드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난 몇 년간 증권 업계에서 공모 펀드에 가입한 개인 계좌 수는 감소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에서만 120만 개가량의 계좌가 늘면서 이례적으로 전년보다 가입자 수가 늘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을 빼고 계산하면 감소 추세가 이어지며 지난해 은행권 공모 펀드 가입 계좌는 전년 대비 줄었다.

김 대표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성공의 원천을 ‘다르게 생각한다’는 인식의 전환에서 찾았다. 그간 국내 다수의 증권사가 소위 돈이 되는 고액 자산가를 찾아 VIP 영업에 힘을 주고 있지만 오히려 카카오페이증권은 정반대 노선을 택한 것이 제대로 먹혔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카카오페이증권은 ‘동전 모으기(모바일 결제 뒤 잔돈 자동 투자)’와 ‘알 모으기(모바일 결제 리워드를 펀드에 투자)’ 등의 이벤트를 통해 1,000원 미만의 투자의 문을 열며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도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그 결과 ‘투자는 목돈이 있어야 하고 어려운 것’이라며 지레 겁을 먹고 예적금에 의존해온 초보 투자자 상당수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기존 증권사처럼 ‘펀드에 투자하세요’라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지금의 성과는 어려웠다고 본다”며 “물건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으로 펀드를 사는 것처럼 ‘일상과 투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 뜨거운 호응을 얻은 비법”이라고 짚었다.

‘플랫폼 통해 일상과 투자의 접점 찾기’ 계속해나갈 것


카카오페이증권이 가고자 하는 사업 방향은 뚜렷하다. 김 대표는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라는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상과 투자를 연결시키는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제 어디서나 투자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한껏 활용해 일상 속 투자의 접점을 최대한으로 창출해내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우리의 모든 전략의 바탕에는 플랫폼을 활용해 일상과 투자를 연결시킨다는 가치가 깔려 있다”며 “모바일에 특화된 핀테크 업체로서 소액으로 누구나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하반기 MTS를 출시하고 3~4년 뒤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선보이는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자산 관리는 현재 자산가만 누릴 수 있는 금융 서비스이지만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자산 관리 서비스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단계”라며 “기본적으로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스증권 등 카카오페이증권과 비슷한 꿈을 공유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산 관리 서비스 시장에서도 경쟁력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에는 많은 것이 내포돼 있다”며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구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간 카카오페이증권이 촉발한 투자시장의 변화에 그는 자신감을 얻은 듯 보였다. 김 대표는 “플랫폼에 기반한 증권 서비스 시대의 포문을 카카오페이증권이 열었다”며 “앞으로도 ‘누구나 소액으로 할 수 있는’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카카오페이증권이 어떻게 시장을 혁신해나가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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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서울 출생 △1990년 단국대 무역학과 학사 △1992년 동원증권 e-biz팀 입사 △1999년 E*미래에셋증권 설립준비위원 △2000년 미래에셋증권 온라인사업팀장 △2009년 미래에셋증권 온라인비즈니스 본부장 △2017년 미래에셋대우 컨텐츠개발 상무 △2019년 카카오페이의 증권 TF 총괄 부사장 △2020년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이사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성형주 기자 foru82@sedaily.com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성형주 기자 foru8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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