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빨간 내복


공광규


강화 오일장 속옷 매장에서

빨간 내복을 팔고 있소

빨간 내복 사고 싶어도

엄마가 없어 못 산다오

엄마를 닮은



늙어가는 누나도 없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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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라

혼자 풀빵을 먹고 있다오

빨간 내복을 입던

엄마 생각하다 목이 멘다오





엿장수 각설이타령 세밑 대목 달구는데 어찌 그리 청승맞게 쭈그리고 앉아 계시오. 소금가마니에서 간수 새나 했더니, 장승 같은 양반 풀빵 먹다 울고 계시는군요. 울던 울음, 마저 우시오. 소금 같던 마음 목화구름 되게. 엄마가 없어서 빨간 내복 못 산다고요? 누나가 없어서 빨간 내복 못 산다고요? 엄마가 없어도 팔도에, 누나가 없어도 장터마다 빨간 내복 나부끼니, 고향방문도 자제해야 하는 언택트 명절에 딱 맞는 설빔 아니요? 하나씩 사서 공 시인은 엄마 입고, 나는 누나 입어 봅시다. 내복 입고 1도 낮추면, 기후 위기의 지구엄마도 웃을 거요. <시인 반칠환 >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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