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TV 토론 형식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15일로 예정됐던 1차 TV 토론이 일정을 불과 하루 앞두고 무산됐다. 높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기반으로 수성해야 하는 안 대표와 TV 토론을 통해 사실상 이변을 일으켜야 하는 금 전 의원의 입장이 맞부딛힌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 전 의원은 14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토론과 관련해서 어려운 쟁점은 언제할지, 횟수는 어떻게 할지였다”며 “시기는 설 이후에, 횟수는 2번으로 양보를 해서 논의가 원만히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보름이 되도록 실무협상이 계속되서 현실적으로 내일 토론이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 9일 제3지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관련 실무회담을 통해 15일과 25일 2차례 TV 토론를 하기로 합의했다.
금 전 의원은 1차 TV 토론 무산의 책임을 안 대표 측에게로 돌렸다. 금 전 의원 측은 “미리 정해진 질문에 외워 온 답을 말하는 식이 아니라 후보 간 치열한 공방만 보장된다면 나는 토론 형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안 후보 측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반면 금 전 의원 측의 협상 거부를 문제삼았다. 안 대표 측은 “방송사 선정과 TV 토론 형식 결정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고집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양측이 실무논의 재개를 통해 차이점을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며 “금 후보 측은 실무협상 거부를 철회하고 협상에 임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권주자로서의 입지, 현재 지지율 등을 감안하면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중 금 전 의원이 언더독(이길 확률이 낮은 선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며 “아무래도 탑독은 안정적인 형식을 언더독은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형식을 선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