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국 e커머스 세계서 인정 받는데...국내선 잇단 규제에 신음

e커머스 플랫폼 '갑'으로 규정

규제 일변 개정안 줄줄이 발의

업계 "대부분 플랫폼 적자 상황

실제 시장 상황 반영 못해" 비판

중개 거래 계약서 '서면' 작성도

시대 변화에 뒤처진 법안 지적


뉴욕 증시 입성을 예고한 ‘쿠팡’의 몸값이 약 55조 원대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도 161조 원을 돌파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물론 e커머스 플랫폼을 ‘갑’으로 규정 짓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 오히려 시장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및 유통 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대표 발의될 전망이다.








원래 공정위가 맡았던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변경한 이유는 지난해 161조 원 규모로 급격히 성장한 e커머스 시장을 하루빨리 규제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면 올해 7월은 돼야 법안 마련이 가능한데 의원 입법의 경우 4월 선거 전에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커진 상황에서 입법의 속도를 더 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e커머스 플랫폼의 연대 책임 강화가 핵심이다. 직매입뿐 아니라 중개거래 시에도 허위·과장 광고나 위해 상품이 판매될 경우 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플랫폼에도 부과하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 플랫폼법)’도 공정위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의 민형배·김병욱·송갑석 의원 등이 줄줄이 발의하면서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법은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겠다는 법안으로, △입점 업체와의 계약서 작성 의무화 △검색·배열 알고리즘 공개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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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직매입 및 중개 거래 시 상품 대금 지급 기한을 30일로 규정하는 일명 ‘로켓정산법’, 대규모 유통업자에 e커머스 플랫폼을 포함하는 ‘대규모유통업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중소 입점 업체 간의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토록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법’ 등도 발의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들이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플랫폼이 ‘갑’이고 소비자와 입점 업체는 ‘을’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나온 잘못된 규제라는 해석이다. 플랫폼을 단순히 ‘갑’으로 규정짓기에는 국내 주요 e커머스 플랫폼들은 대부분 적자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플랫폼들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이들이 ‘갑질’을 하며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실제 갑질로 이득을 봤다기에는 플랫폼들의 지난해 실적은 형편없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전년보다 91%나 커진 매출과 달리 지난해 약 5,25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흑자를 기록했던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98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540억 원의 적자를 냈고, 티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마켓컬리와 배달의민족 역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커졌는데도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 혜택이 플랫폼에 간 것이 아니라 소비자나 입점 업체에 돌아갔다는 의미”라며 “나눌 이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본 상황인데 어떻게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e커머스 플랫폼들은 더 많은 판매자를 입점시키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다양한 상생 방안들을 내놨다. 판매자들이 많아질수록 상품 구성이 다양해져 플랫폼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과 11번가는 판매자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빠른 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 배송’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의 물류 보관비를 최대 40% 인하했다. 쿠팡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안전 감시단 2,400여 명 운영과 방역 시스템 마련 등에 5,000억 원을 지출했다. 배민은 지난해 △광고비 50% 환급 △신규 업체 물품 지원 △사회 취약계층 식사 쿠폰 제공 등에 총 813억 원을 들였다.

e커머스를 향한 규제들이 시대의 변화를 한참 따라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면 계약서 작성이 대표적이다. 민형배 의원과 송갑석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법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 거래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시 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토록 했다. 심지어 실태 조사도 서면으로 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가 수천, 수만 개인데 이들과의 계약을 언제 서면으로 하고 있느냐”며 “기업들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을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법안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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