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대립하던 당정이 '선별지급 우선'으로 결론을 내리며 선별지급을 주장해왔던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버티기 전략이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정 이후 전 국민 지원금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라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4차 지원금 재원 확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를 두고도 당정 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맞춤형 선별 지원과 전 국민 보편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4차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홍 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한 후 당정은 선별 지원을 우선하는 것으로 논의를 끝마쳤다. 15일 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당정은 다음달 안에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4차 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것으로 윤곽을 잡고 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 1·2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등 당정 간 이견이 불거질 때마다 '연전연패'했던 홍 부총리가 이번에는 선별 지원 소신을 관철하며 ‘1승’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도 추경 규모와 전 국민 지원금 지급 여부 등을 두고 당정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4차 지원금을 위한 추경 규모를 두고도 당정 간 갈등이 예상된다. 4차 지원금은 2차와 3차 지원금보다 '두텁고 넓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당과 정부의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액수와 대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추경 규모가 3차 지원금 때의 9조3,000억원보다 훨씬 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추경 규모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선별 지원 방식으로 결정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야 지원 규모와 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한 만큼 추경 규모는 앞으로 합의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3차 지원금 총 9조3,000억원 중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 등 피해 계층에 대한 현금 지원 규모가 4조6,000억원이었던 만큼 이 부분을 늘리는 방식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일반 업종에 대한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 기준선이었던 매출 4억과 직원 5인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지원금 수혜 계층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 최대 300만원이었던 지원금 상한선도 상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출 구조조정의 범위가 한정된 상황에서 직접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결국 적자 국채 발행을 의미하는 만큼 정부로서는 추경 전체 규모를 10조원 넘게 가져가는 것에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3차 대유행에 따른 피해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지원부터 논의하겠다"면서도 "소비 진작을 위한 (전국민) 재난지원은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에 검토할 것이다. 그걸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전 국민 보편 지원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4차 지원금은 선별적으로 지급하더라도 향후 전 국민 지원금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당이 4차 지원금 지급 방식에서 한 차례 양보한 만큼 전 국민 지원금을 위한 논의 테이블이 다시 꾸려지더라도 홍 부총리가 선별 지급 주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한 홍 부총리의 반대 입장이 워낙 강해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직을 내놓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태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