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쳤던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이 외환 위기 다음으로 나빴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공 일자리 확대 등의 영향으로 단기 일자리가 급증했고 학력 수준이 낮은 일자리 취약 계층이 타격을 크게 받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6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2020년 고용 상황 특징’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고용 특징으로 △주요 고용 지표 역대 두 번째로 악화 △일자리 질 악화 △취업자 고령화 △고졸 일자리 악화 △비경제활동인구 급증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활동인구는 2,801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17만 4,000명 줄었다. 이는 외환 위기 때인 지난 1998년 35만 4,000명 감소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이다. 한경연은 “15세 이상 인구가 28만 1,000명 늘었음에도 경기 침체로 비경제활동인구가 45만 5,000명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1만 8,000명 감소했는데 이 역시 1998년 127만 6,000명 감소 이후 최악이다. 반면 지난해 실업자 수는 110만 8,000명으로 1998년 149만 명, 1999년 137만 4,000명 다음으로 많았다. 실업률도 4.0%로 2001년(4.0%) 이후 최고였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일자리는 120만 3,000명 줄어든 반면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 일자리는 55만 4,000명 늘었다. 한경연은 “일자리의 질이 악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취업자도 고령화됐는데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전년 대비 37만 5,000명 증가했다. 반대로 3040 일자리는 32만 3,000명 감소했다. 교육 수준별로는 고졸 일자리가 가장 악화했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대졸 이상이 전년 대비 1,000명 줄었지만 중졸은 7,000명, 고졸은 3만 2,000명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고용률도 대졸 이상과 중졸은 전년 대비 각각 0.7%포인트, 0.4%포인트 하락에 그쳤지만 고졸은 1.9%포인트 떨어졌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공공 부문 일자리보다는 규제 완화, 경영환경 개선 등 민간경제 활력 제고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