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역대급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외에도 공공 기관 이전과 대규모 개발 사업을 약속하면서 부산을 ‘동북아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선보였다. 국민의힘 역시 지도부가 총출동해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으로 맞서면서 개발 공약 경쟁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다만 최소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발표하면서도 정확한 비용 추산과 타당성 검증 등은 거치지 않아 공수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최종 후보로 유력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이어 금융 공기업 이전을 약속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유력 공기업의 부산 이전을 정부와 중앙당에 강력히 요구해 꼭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기업 이전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가장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지만 중앙 부처와의 조율이 전혀 되지 않아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이미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018년 이해찬 대표가 취임한 직후 공기업 이전을 당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공언했지만 그 이후로 당정 차원에서 별다른 실무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덕도신공항 역시 졸속 추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비용이 7조 5,000억∼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비용 추계서도 첨부하지 않은 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약속하며 속도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8대 공약을 선보였다. 가덕도신공항 추진, 한일 해저터널 건설과 시민추진위 결성, 국제 자본 규제 완화 등을 통한 포스트 홍콩 도시국가 건설, 부산 국가해양정원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개별 후보들은 지역 밀착형 개발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구애를 펼치고 있다. 일찌감치 선두권을 형성한 박형준 후보는 산학 협력 활성화를 정책 1호로 제시했다. 산학 협력이라는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고 부산시 내 산학 협력 담당 교수들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낸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만 산학 협력의 핵심은 기업 유치이지만 이에 대한 각론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박성훈 전 부산 경제부시장은 1호 공약으로 “1+1 삼성 유치”를 발표했다. 부산 기장 SiC 파워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공장을 동시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이다. 박 전 부시장은 2호 공약으로 “삼성 엔지니어링 공장을 영도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특정 회사가 거론되자 야당 내에서도 “특정 기업을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는 당 지도부가 남북 고속철도와 한일 해저터널 등 대형 공약을 제시하며 지원사격에 나셨다. 민주당은 최근 ‘남북 고속철도 추진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15조 원을 투입해 부산에서 북한·중국·러시아까지 고속철도로 연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야당 역시 최대 100조 원 투입이 예상되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여야 모두 정확한 경제성 분석과 비용 추산 등은 거치지 않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최창렬 경기대 교수는 “공약을 발표한 후보들 중 관계 부처나 연구 기관과 협의를 거친 경우는 사실상 없어 보인다”며 “특히 지역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여당 후보의 공약은 당장 실현 가능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정부와 협의가 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대외 발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