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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매출 조작' 의혹 이항에 하룻밤 사이 4,000억원 날려

울프팩리서치, 매출·기술 조작 폭로한 보고서 공개

"주요 고객사, 실은 주가 조작 동참 의혹"

"완전 자율 무인 드론, '꿈'에 불과"

서학개미 5.5억 달러, 9번째 보유 해외주식


중국의 유인 드론업체 ‘이항’이 가짜 매출·기술조작을 폭로하는 공매도 리포트가 발간되자 주가가 하룻밤 사이 63%나 폭락했다. 이항은 서학개미들이 폭락전 기준 5억5,000만 달러(약 6,000억원) 가량 보유하며 해외 주식중에서 9번째로 많이 투자한 기업이다. 하룻밤사이 약 4,000억원 가까운 돈이 날아간 셈이다.

17일 미국의 공매도 리서치 업체인 울프팩리서치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항: 추락할 운명의 주가 띄우기’(EHang: A Stock Promotion Destined to Crash and Burn)라는 33페이지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의 중국 본사, 이항과 계약을 맺은 업체 등을 직접 탐방해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고, 이항이 IPO당시 제출했던 회계 자료 등을 분석해 작성됐다.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의 최대 고객인 쿤샹이라는 업체와의 관계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항의 주요 매출처인 쿤샹은 이항의 프리IPO에서 1,400만 달러를 투자했다”며 “쿤샹은 이항과 6,500만 달러의 드론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불과 9일 전 설립된 회사”라고 밝혔다. 또 당시 쿤샹의 자본금은 140만 달러에 불과했음에도 4개월 후 추가로 이항과 430만 달러의 추가 구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는 울프팩리서치의 주장이다. 결국 쿤샹이 드론의 고객사가 아니라 실은 미리 주식을 사놓고 주가 띄우기에 동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시설 역시 의심스럽다는 주장을 내놨다. 광저우의 이항 본사 건물에는 경비원도 없이 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며 건물 안에는 이항의 드론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는 “최신의 고가 드론을 이런 식으로 생산하고 보관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광저우 이항 본사 건물. 경비시설이 전혀 없었다는 게 울프팩리서치의 주장이다/ 출처=울프팩리서치광저우 이항 본사 건물. 경비시설이 전혀 없었다는 게 울프팩리서치의 주장이다/ 출처=울프팩리서치




이항 본사내부에 놓여있는 드론/ 울프팩리서치이항 본사내부에 놓여있는 드론/ 울프팩리서치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은 가짜 매출과 허위 계약을 통한 정교한 주가조작을 했다”며 “완전 무인 자율주행은 진짜 ‘꿈’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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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원 투자한 서학개미 ‘멘붕’


이항은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9위 주식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16일 기준 5억 5,034만 달러, 443만4,992주의 이항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항의 주가는 지난 12일 종가(15일은 미국 휴장) 124.09달러였으나 16일 울프팩리서치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46.3%로 폭락하며 장을 마쳤다. 서학개미들의 보유한 이항의 가치가 거의 4,000억원 가까이 날아간 셈이다. 시간외에서는 주가가 55달러선까지 반등했으나 충격적인 보고서 내용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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