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윤동주 조선족' 표기 수정 요구에…中 되레 "전문가 연구 필요" 주장

환구시보 "일제강점기 中서 태어나"…생가엔 '조선족 애국시인' 비석도

韓학계 "출생시기·장소 등 역사적 특수성 있어 민족적 지향성 중점둬야"

중국 포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에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의 국적이 ‘조선족’으로 표기되어 있다. /연합뉴스중국 포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에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의 국적이 ‘조선족’으로 표기되어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의 국적을 ‘조선족’으로 표기한 문제를 두고 한국과 중국 간에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16일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이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민족을 '조선족'으로 잘못 기재했다면서 바이두에 항의했다고 밝혀 갈등이 다시 촉발됐다. 서 교수는 바이두에 지난해 12월 30일 윤동주 탄생일에 맞춰 항의 메일을 보냈으나 바이두가 이를 시정하지 않자, 2월 16일 윤동주 서거일에 재차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微博)에서는 이날 오전 '#한국 교수가 조선족 시인의 국적을 한국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했다'는 해시태그가 인기검색어에 오르며 3억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대체로 서 교수의 요구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는 서 교수의 항의 내용을 전하면서 중국 국적법과 역사 상황에 따르면 윤동주 같은 역사적 인물의 국적을 인정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윤동주가 중국에서 태어났고 출생 시 한국은 일제 점령하에 있어 정식 건국 전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게다가 윤동주가 생전에 자신의 국적에 대해 분명히 밝힌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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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는 "윤동주의 국적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양국의 전문가들이 고증과 분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서 교수가 한중간의 김치 논쟁 등에서 논란을 부풀려 한국 내의 민족감정을 부추긴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2012년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면서 입구에 세운 비석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중국 당국이 2012년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면서 입구에 세운 비석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한편 중국 당국이 2012년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면서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힌 비석을 세운 데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동주가 나고 자란 룽징 명동 마을은 중국 땅이었지만 당시 이주 조선인들의 생활 터전이었고 윤동주는 중학 이후로 평양, 서울, 일본에서 활동하며 모든 작품을 한글로 쓴 민족시인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중국의 애국시인으로 규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한국 측의 의견이다.

한국 학계에는 윤동주의 출생 시기와 장소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어 국적을 따지기보다는 그의 민족적 지향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윤동주가 한글로 시를 썼고 조선인으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이 뚜렷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란 대목이 있는데 중국 한족 소녀를 '이국 소녀'로 칭한 것은 그가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조선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로 꼽힌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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