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이달 말까지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WHO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를 투명하게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17일(현지 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설하며 “미국이 이달 말까지 WHO에 2억 달러를 넘게 낼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WHO 회원국으로서 재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이끄는 데 필요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새로운 약속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이 ‘새로운 약속’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WHO의 실수로 코로나19가 확산했고, WH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며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지난해 6,200만 달러 규모의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WHO에 탈퇴를 공식 통보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WHO 복귀를 발표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WHO에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유행병(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조사는 과학과 사실에 기반한 결과여야 한다”며 “조사 역시 독립적이고 간섭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유행병을 잘 이해하고, 다음 유행병에 대비하려면 모든 국가가 유행 초기에 모든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피해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WHO 전문가들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의 기원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결과를 지난 9일 발표했고, 중국은 이 결과를 인용해 “미국도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미국 측은 중국 정부가 WHO 전문가들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