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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미디어 민생법’과 ‘진리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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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이번 호에서 ‘언론의 자유,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하에 최근 각국 정부의 가짜 뉴스 등 유해 정보 단속을 구실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가 확산하는 현상에 관한 비판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무려 17개국이 유해 정보 유통을 단속하는 특별법을 새롭게 통과시켰는데 러시아를 필두로 헝가리·터키·필리핀·니카라과가 대표적이다. 홍콩·브라질도 유사한 법을 준비 중이다. 푸틴과 빅토르 오르반, 에르도안, 두테르테… 나라 수반을 생각하면 모두 그럴 만한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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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가짜 뉴스 등 유해 정보의 전파가 늘어나 각국이 고민 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소위 ‘네트워크집행법’을 제정한 독일을 뺀 대부분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사회의 자정 기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특별법으로 시민과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하지는 않는다.

독일에서도 ‘네트워크집행법’이 최종 통과되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법안 발의 후 첫 청문회에서 10명의 전문가 중 8명이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했고 진보·좌파 정치인들도 당연히 반대했다. 특히 언론인들은 이 법 제정 시도가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시키는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국경없는기자회’ 소속의 한 기자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독재국가들이 따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유사한 법을 제정한 나라들 대부분이 그 정당성의 근거로 독일의 예를 인용했다. 유엔 표현의 자유·보호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케이는 독일 정부의 시도가 국제인권선언 및 국제인권규약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국가의 민간인 사찰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전과를 가진 독일로서는 혐오 발언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을 다른 어떤 자유보다 우선했기에 국내외의 강한 반대에도 결국 법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도 오는 3월 중에 소위 ‘가짜 뉴스 3법’을 통과하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연초 가짜 뉴스에 대한 강한 대처를 주문하자 다른 이도 아닌 여당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앞다퉈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들은 이 법들이 ‘미디어민생법’이란다. 하기야 ‘1984’ 중 가상의 독재국가에서 ‘평화부’는 전쟁을 관장하는 부서였고 ‘진리부’는 모든 정보와 기억을 통제·조작하는 부서였다. 자국에서 유사한 법이 통과되자 “정부가 이 법을 통해 이루려는 진정한 목표는 정부·여당을 도와 정치권력을 영원히 독점하려는 것”이라고 한 어느 싱가포르 야당 정치인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탁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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