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의 녹취록 공개로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인지 보름 만에 사과 뜻을 밝혔으나 부정적 시각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야당 등 정치적 사퇴 공세에 내놓은 형식적 사과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남은 임기 2년 6개월 동안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지속적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 19일 법원 내부망을 통해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본인에 대한 거짓말 논란에 대한 공식 사과였으나 법조계에서는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 내용이 담긴 글을 공개된 장소가 아닌 현직 판사와 법원 직원들만 볼 수 있는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써놓고 왜 법원 내부 통신망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는지 모르겠다”며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임 부장판사 측도 김 대법원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김 대법원장이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미사여구를 써서 가볍게 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탄핵된 임 부장판사는 현재 오는 26일 헌법재판소의 첫 심리를 앞두고 있다.
사과 뜻을 내비쳤으나 실상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대법원장이 “해당 법관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해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는 등 사과보다는 본인 변명에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과는 할 필요가 있겠냐"며 "사퇴요구가 커지고 있으니 법관들을 다독이려고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거짓말 논란으로 불거진 사법부 독립성 문제가 김 대법원장의 남은 임기인 2년 6개월 동안 법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사과문에서 재판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본인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정치적 사건에 대한 재판을 하는 법관들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3년 9월까지 예정돼 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