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급등장에 올라탔던 개인투자자들이 조정장이 지속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주로 매수했던 대형주·성장주들이 최근 금리 상승 우려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 등의 이유로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관들은 연초 이후 20조 원 이상 주식을 팔아 치우는 와중에도 경기 민감주 중심으로 매수하면서 월등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4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매수 단가 대비 현재 주가 변동률은 -5.1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투자가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주가 변동률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10.23%에 달했다. 하루하루 주가 변동에 따라 사고팔았을 수도 있지만 개인들이 선택한 종목보다 기관이 선택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월등한 셈이다.
기관과 개인 순매수 종목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평균 매수 단가 대비 현재 주가 상승률이 크게 차이가 났다. 개인들은 자동차·2차전지·바이오 등 지난해 말부터 급등했던 대형 주도주들을 주로 담았다.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13조 4,31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평균 매수 가격은 8만 6,121원이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8만 2,000원임을 고려하면 평균 매수 가격보다 4.79% 하락한 상황인 셈이다. 뒤를 이어 삼성전자우(-4.5%), 기아차(-8.44%), 현대모비스(-4.52%), LG전자(-0.84%), 현대차(-1.28%) 순이었다.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 중 평균 매수 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높은 종목은 SK이노베이션(1.75%),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상장지수펀드(0.09%), SK하이닉스(6.28%), KODEX 2차전지산업 ETF(3.29%),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0.85%), 호텔신라(0.87%) 등 6개 종목에 불과했다.
반면 기관들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2조 6,338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가운데서도 경기 민감주와 원자재 관련 등 경기 회복에 베팅하는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이에 속하는 종목이 16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 S-OIL의 뒤를 이어 기관은 KODEX WTI원유선물 ETF를 1,391억 원어치 순매수했는데 현재 가격은 9,380원으로 평균 매수 가격(8,220원)보다 14.11% 더 높다. 롯데케미칼(8.89%), 고려아연(1.71%), OCI(8.68%), 포스코인터내셔널(15.59%), 신세계인터내셔널(6.41%), 진에어(18.8%) 등도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개인들은 지난해 말부터 주가가 급등하던 종목들을 위주로 매수했지만 기관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에 집중했다. LG디스플레이나 이마트·일진머티리얼즈·KT 등이 그 예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연초 급등장에서 ‘나만 증시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대거 증시에 입성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대형주를 집중 매수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 상승 부담감이 커지면서 시장이 단기 조정 양상으로 흐르자 가격 부담감이 있었던 이들 대형·성장주들의 하락세가 더 컸다는 분석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대형주 투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금리 상승이라는 변수에 기존 가격 수준이 높았던 기존 대형·성장주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기관들이 선택한 경기 민감주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상승이 증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 추세는 여전한 만큼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경기 민감주 비중을 늘리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부양책이 앞으로 증시의 주요한 변수 중 하나”라며 “미국의 추가 부양책 가동이 확실시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견고하다면 국내 증시도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 다시금 동참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