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오세훈·나경원 예비 후보가 23일 서로 핵심 공약의 실효성과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날카로운 공방을 벌였다. 오 후보는 나 후보가 6조 원 기금으로 운용하려는 초저리 장기 대출 공약 ‘숨통트임론(숨트론)’의 예산 확보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나 후보는 오 후보의 민간 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을 표방하는 ‘상생주택’제도의 실효성을 따져 물었다.
오 후보는 이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 후보 3차 맞수 토론’에서 나 후보가 제안한 ‘숨트론’의 예산 확보 가능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숨트론은 6조 원을 서울신용보증기금에 넣어 120만 명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 최대 5,000만 원까지 1%의 초저리 장기 대출을 제공하는 공약이다. 나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시까지 6조 원이라서 당장은 2조 원만 넣어도 된다”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순세계잉여금(세입·출 결산으로 남은 지난해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 후보는 “추경 예산에는 다 꼬리표가 붙는데 그것을 깎아내서 쓰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넣는 꼴”이라며 “순세계잉여금도 예산에 이미 반영된 돈”이라고 받아쳤다. 이어 “서울시 전체 예산 40조 원에서 서울시장이 가용한 돈이 수천억 원도 안 된다”며 “예산 다이어트를 하면 인건비나 사업 예산을 깎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나 후보 역시 오 후보의 민간 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제도인 ‘상생주택’ 공약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 핵심이 ‘사유재산 제한’인데 민간이 협조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의 상생주택은 놀고 있는 민간 토지를 빌려서 건축비만 들이고 공공 물량을 확보해 임대하는 방안이다. 오 후보는 “목 좋은 곳에 있는 단독주택이나 오래된 다가구주택에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임대하는 동안 상속세·증여세·재산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줘 토지 이용 혜택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