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년 더 하나금융을 이끈다. 함영주 부회장 등 주요 후보군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조직 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4일 후보자 심층 면접을 거쳐 김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년 임기 연장의 회장 후보로 추천된 후 “무거운 책임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극복과 그룹의 조직 안정화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년에 그친다. 하나금융 지배 구조 내부 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40년 넘게 은행권에 몸담았다.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장을 지냈으며 2012년 하나금융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 2018년 연임에 성공해 9년째 하나금융을 이끌어왔다.
당초 김 회장은 3연임에 성공한 뒤 추가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그러나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유력 후보군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였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은 상태다. 이진국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 역시 주식 선행 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며 김 회장이 ‘1년 재신임’을 받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은 금융권에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에 이어 두 번째 4연임 회장이 된다.
김 회장은 3연임 당시 금융 당국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이번에는 금융 당국이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관련해 “금융 당국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하나금융) 이사회와 회추위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회추위 판단에 대해 뭐라 하기 어렵고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이날 ‘대표이사 회장 경영 승계 계획 및 후보 추천 절차’에 따라 면접 평가 요소인 기업가 정신, 전문성과 경험, 글로벌 마인드, 비전, 중장기 경영전략, 네트워크, 기타 자질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등 개별 후보자들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15일 김 회장, 함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을 회장 후보군(쇼트리스트)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2012년 취임한 김 회장이 그동안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주주와 손님, 직원들로부터 탁월한 실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3연임 동안 김 회장은 실적 개선과 함께 비은행·글로벌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코로나19 악재에도 전년보다 10.3% 증가한 2조 6,372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윤성복 하나금융지주 회추위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 및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글로벌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 등에서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김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단독후보로 추천된 김 회장은 다음 달 열리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 1년의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