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논쟁의 중심에 선 경제학 이론으로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을 빼놓을 수 없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정부 지출을 제한해서는 안 되며 자국 통화로 이뤄진 정부 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MMT의 핵심이다. MMT는 또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에게 정부가 인원 제한 없이 고정적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일자리 보장제’를 주장한다. 얼마 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확장재정을 표방하며 MMT에 대한 주목도는 부쩍 올라갔다. 재정 확장책을 비롯, 바이든 정부의 ‘바이드노믹스’의 이론적 기반으로 MMT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간 ‘적자의 본질’은 스테파니 켈튼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가 재정적자의 본질을 중심으로 MMT를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민주당 소속으로 의회 상원 예산위원회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했으며, 바이든 대선 캠프의 경제 분야 태스크포스(TF)에도 영입된 바 있다. 책은 각 사안마다 MMT를 비판해 온 주류 경제학자들의 지적에 응답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나의 장마다 가계부채, 국가부채,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무역적자, 복지제도 등 각각의 분야를 간략한 MMT 비판론과 그에 대한 반박 형식으로 다룬다. 이를테면 국가부채에 대해 저자는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빚에 잡혀 산다’는 지적이 착각이라고 지적하고 “국가부채는 재정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정적자를 다룬 장에서는 ‘민간투자를 밀어내 우리를 더 가난하게 한다’는 통념이 착각이라고 반박하며, “재정적자는 우리의 부와 총저축을 늘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MMT에 대해 화폐 주권을 지닌 국가는 어디라도 자국의 화폐를 발행하여 필요한 곳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도 빈털터리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한다. 무조건 화폐를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 같으면 이를 제한한다. 목표는 균형재정이 아닌 완전고용이다.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중심의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이 말은 경제정책의 키를 연준으로 대표되는 임명직 혹은 전문가가 아닌 국민이 선출하는 의회가 쥐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재정 예산안은 의회가 심의, 의결하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적자를 고려하지 않는 MMT의 주장은 학계에서도 논란거리다. MMT의 방법론이 미국 외에서 유효하냐는 지적도 계속된다. 다만 이론을 진지하게 비판하려면 적어도 어떤 주장이 무슨 근거로 제기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일 것이다. 1만7,8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