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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 “상처 치유 위해선 고독할 수 있는 용기 필요해”




주위를 둘러보면 너도 나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와 직장생활, 가족 간의 불화와 빈부격차, 외모지상주의 등 갖가지 이유들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치유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오늘 하루도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니19로 일상생활이 단절되면서 코로나블루를 넘어 코로나레드를 호소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진솔하고 섬세한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여울 작가는 이와 관련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성인자아’와 여전히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상처 속에 숨어있는 ‘내면아이’를 분리시켜야한다”고 조언했다.

부모들이 자식을 애지중지하다가도 언젠가는 끝내 독립시키듯이 우리도 상처 입은 나 자신, 즉 우리 안의 ‘내면아이’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여울 작가는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독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정으로 홀로 지낼 수 있는 용기, 홀로 있어도 내가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유머, 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적 자산을 갖춘 사람으로 스스로를 트레이닝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면아이를 따스하게 보살필 용기, 나아가 이를 멋지게 놓아줄 용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페이지씩 책을 읽으며 마음을 돌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여울 작가는 최근 발간한 책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를 통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매일 적절한 자극을 뇌에 줌으로써 마음의 여유 공간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는 인문교양서 ‘1일 1페이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하루 한 페이지씩 읽을 수 있도록 365개의 심리 테라피를 담았다.

특히 정여울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 많이 녹아 있어 그녀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는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엿볼 수 있으며 독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바라보고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음은 정여울 작가와의 일문일답.

▲ 이번 책은 1일 1페이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단순 지식이 아닌 심리와 관련된 콘텐츠를 하루에 한 페이지씩 짧게 읽을 수 있도록 담아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 365일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무척 어렵기는 했지만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분량조절이 가장 어려웠다. 매일 한 페이지이기 때문에 더 할 이야기가 있어도 중간에 딱 끊어버려야 했다. 정해진 분량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넣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했다. 나는 사실 ‘책에 미친 책바보’이기 때문이다. 매일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의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씀으로써 일상 속에서도 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래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책은 마치 마음을 비추는 호수와 같아서 내 마음을 책에 비춰보는 것만으로도 차분하게 산책을 하는 느낌과 내 어깨를 토닥이는 문장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그런 마음의 치유를 가능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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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와의 불화, 외모 콤플렉스 등 진솔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자신의 아픔을 명확히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 책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치료’와 ‘치유’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치료는 전문가의 처치가 필요한 것이라 의사나 상담사가 필요하지만, 치유는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몸짓이다. 그러니까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당연히 병원에 가야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는 있는데 마음 깊은 곳의 불안과 우울이 가시지 않는다면 일상 속의 ‘치유’의 몸짓을 개발할 수 있다. 나에게는 글을 쓰는 것이 최고의 심리테라피였다. 글을 쓰려면 일단 취재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 모든 외부활동들이 결국에는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여행과 강연, 방송과 오디오북 녹음, 팟캐스트 진행 모두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을 ‘나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 조용히 혼자 하염없이 산책을 하며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는 것, 이 모든 행동이 치유의 테라피가 될 수 있다. 치료는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치유는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바로 지금 여기서 나를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책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자기치유의 테라피를 365가지로 정리해서 모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작들에서 진솔하고 섬세한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는데 이번 책 역시 인문교양서이지만 굉장히 따뜻한 위로가 느껴지는 글들이 많다. 이번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가?

-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곳이 상처투성이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바로 그 모든 곳에 치유의 기회가 놓여있기도 하다. 상처의 자리가 곧 치유의 눈부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이 책은 워낙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핵심 메시지를 콕 집어 말하기는 참 어려운데, 핵심은 ‘책을 읽는 방법’에 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내 마음을 돌본다는 의식을 하면서 책을 읽는 행위’ 자체 말이다. 하루 한 페이지씩 책을 읽는 것은 아주 좋은 루틴이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매일 적절한 자극을 뇌에 줌으로써 어떤 테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공간’을 준다. 나는 어떤 한 분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 공간을 ‘마음의 방’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여행의 방, 미술의 방, 클래식음악의 방, 추억의 방, 글쓰기의 방, 몽상의 방 등등이 있다. 그 방에 매일 들러야 하루가 무사히 끝난다. 그 여러 가지 마음의 방 중에서 하나라도 매일 들르지 않아 허전한 느낌이 들고, 또한 그런 날이 늘어간다는 것은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바쁘게만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우리 마음에 ‘독서의 방’, ‘심리학의 방’을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마음 치유 테라피이다.

▲ 그동안 강연이나 저자와의 만남 등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독자들을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들었을 것 같다. 주로 어떤 얘기와 고민들이 많았는지, 그 이야기들이 이번 책을 만드는 데도 반영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 주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독자들의 고민이 많았다. 내가 쓴 책들 중에서 독자와 나눈 실제 대화를 가장 많이 넣은 책이 이 책이다. 일요일마다 ‘대화의 향기’라는 테마로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일주일간 느낀 고민의 내용을 정리하고 서로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이 대목을 쓰면서 가장 편안하고 재미있었다. 다 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책을 쓰는 느낌이었다. 보통은 독자와의 소통은 책을 다 쓰고 작업을 다 끝낸 뒤에 시작되는데 이 책은 책을 쓰면서 이미 서로가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했다.

▲ 코로나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코로나블루를 넘어 이제는 코로나레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떤 식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좋을까?

- 블루는 우울을, 레드는 분노를 나타낸다. 그런 분노는 인간적인 반응이긴 하지만 ‘바로 나 자신한테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분노할 에너지를 창조의 에너지로 바꾸는 힘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이미 일어난 부정적인 사건의 ‘좋은 측면’을 찾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인생에서 ‘휴식하는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았다. 예전에는 쉬는 척만 했지 정말로 쉬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꿀휴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아주 절실했지만 일중독에 빠진 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그동안에는 없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쉬어보니까 이제는 ‘쉬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된 것이 사태의 좋은 측면이었다. 두 번째는 확실히 이전보다 많아진 시간동안 ‘과연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그동안 집중하지 못했던 일, 오랫동안 꿈만 꿨지만 시도해보지 못한 일을 해 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무 과하지 않게, 소박한 마음으로 집을 꾸미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향기가 있는 식물을 키우는 행위도 매우 좋다. 아주 부드럽게 잘 써지는 펜과 어여쁜 노트를 준비해 매일 독서일기나 마음챙김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은 루틴이다. 자칫하면 일탈하기 쉬운 우리 마음을 보살피고, 챙겨주고, 응원할 수 있는 모든 마음챙김의 레시피가 이 책에 담겨 있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상처 입은 나를 하나의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부모들이 자식을 애지중지하다가도 언젠가는 끝내 독립시키듯이, 우리도 상처 입은 나 자신, 즉 우리 안의 ‘내면아이’를 독립시켜야 한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성인자아’와 여전히 난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상처 속에 숨어 있는 ‘내면아이’를 분리시켜야 한다. 그 내면아이를 멋지게, 아름답게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전부이다. 그런 용기만 있다면 우리 앞에 닥친 어떤 마음의 장애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독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정으로 홀로 지낼 수 있는 용기, 홀로 있어도 내가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유머, 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적 자산을 갖춘 사람으로 스스로를 트레이닝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아이로 하여금 ‘이제는 괜찮아진 나를 떠날 용기’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내면아이를 따스하게 보살필 용기, 나아가 이를 멋지게 놓아줄 용기를 기르는 것이 나의 책의 메시지이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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