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한국은행도 26일 장 초반에 급히 국고채 매입 확대 카드를 꺼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국고매 매입 확대를 시사했지만 곧장 한은이 행동에 들어간 것은 미국발 채권 금리 불안의 국내 파급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올 상반기에 5조~7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국고채 발행 물량이 상당한 정도로 늘면서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금리를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고채 매입 일자와 규모는 공고시 발표하고, 이번 매입과 별도로 필요할 때마다 시장안정화 차원으로 추가 대응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채 11조원어치를 사들인 한은이 올 해 본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한은은 최근 시장 금리가 오르고, 내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따른 추가 국채 물량까지 대규모로 예정돼 국고채 매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시그널은 계속 시장에 보내왔다.
국채 매입 시기를 저울질 하던 한은이 이날 상반기 국채 매입 규모를 최대 7조원 이상으로 전격 발표한 것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는 한편 뉴욕증시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5일 뉴욕 시장에서 0.158%포인트 오른 연 1.53%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연 1.61%까지 치솟기도 했는 데 이 때문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 이상 급락했다. 기술주 등 성장주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금리가 오르자 비용 및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것이다. 30개 대형주로 구성된 다우존수산업평균지수 역시 이날 뉴욕증시에서 1.75% 하락 마감했다.
국내 시중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 2% 수준에 육박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날보다 7.2bp(1bp=0.01%) 오른 연 1.956%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코로나19 충격을 국고채 금리는 완전히 털어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