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 사태에 미국의 주류 언론 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한 하버드 교수가 전시 성노예들을 매춘부로 불렀다가 반발을 샀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한국은 물론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사태가 1990년대 초를 떠올린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의 가부장적 문화 탓에 오랫동안 경시됐던 일본의 전시 성노예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전 세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던 3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듯하다는 것이다. 국제 역사학자들은 일제히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광범위한 역사적 증거를 무시하고 일본 극우 교과서와 비슷하다면서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논문 내용을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의 연판장에 1,900명 이상(오후 4시 현재 2,100여 명)이 서명하고, 하버드대 학생들의 비판 성명에도 수백 명의 재학생이 서명한 사실도 기사에 소개됐다.
NYT는 복수의 학자들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한국인 위안부 여성이 서명한 어떠한 계약서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참가한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 주최 온라인 세미나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두 세대로 나누어지고, 7,000 마일이나 떨어진 학생들과 생존자가 줌에서 만나 광범위하게 반박당한 하버드 교수의 주장을 가르침의 순간으로 바꾸자는 공동의 목표를 논의했다"고 묘사하면서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달했다.
램지어 교수는 NYT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NYT는 대신 램지어 교수가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의 해외판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위안부들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허위"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램지어 교수 지지 서한에 서명한 일본의 우파 역사학자 중 한 명인 가츠오카 간지는 NYT에 자신은 램지어 논문 초록만 읽어봤다면서도 여성들이 돈을 받고 일한 것이라며 "매춘부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는 미국 최고의 학교"라고 덧붙였다.
NYT의 보도는 미 저명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램지어 사태'의 전말과 관련 동향을 상세히 전달한 직후에 이뤄졌다. 지난달 말 일본 언론을 통해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이 처음 일반에 알려진 후 이날 뉴요커와 NYT 보도 전까지 4주 동안 하버드대 교내 신문 '크림슨'과 소수의 인터넷 매체 외에는 이 사안을 다루는 미국 매체가 없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