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인 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했을때 흔한 따개비가 실종자를 찾는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해양과학혁신센터 연구진은 따개비류인 '조개삿갓'(Lepas anserifera)의 습성을 이용해 부유물이 바다에 떠다닌 최소 시간과 경로를 분석할 수 있는 방정식을 고안해 냈다고 밝혔다.
이를 테면 배를 타고 나간 어부가 연락이 끊겨 언제, 어디서 배가 침몰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2주 뒤 배의 잔해가 해변으로 쓸려온다고 가정할 경우 여기에 붙은 조개삿갓을 분석해 배가 침몰한 시점과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박한 배와 바다를 떠다닌 부유물에 붙은 조개삿갓과 민조개삿갓(L. anatifera), 기타 부착생물 등을 6개월간 관찰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바다에서 침몰 선박의 실종자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생태 관찰을 통해 조개삿갓이 하루 평균 1.05㎜씩 자라며, 빠를 때는 최대 1.45㎜나 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 바다에 떠다닐 때보다는 정박했을 때 더 크게 자라는 것으로 분석했다. 잔해에 붙은 조개삿갓의 수와 크기가 얼마나 바다 위를 떠다녔는지를 알려주고 이를 토대로 침몰해역의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연구팀은 또 조개삿갓 껍데기의 산소 동위원소를 분석해 바다 표면의 수온 변화를 파악하고, 위성 자료와 비교하면 선박 잔해의 표류 경로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조개삿갓을 통해 해변으로 쓸려온 부유물이 실종 선박과 관련된 것인지도 가려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동저자인 UNSW 생물해양학 교수 레인 수더스 박사는 조개삿갓을 이용한 포렌식이 1~3개월 정도 떠다닌 부유물에서 유용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해양 생물학'(Marine Biology)에 발표했다.
/김민혁 기자 mineg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