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을 두고 ‘오지랖이 넓다’고 한다. 원래 ‘오지랖’은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으로 이 부위가 넓을수록 가슴을 넓게 감싸게 되는 것을 빗댄 말이다. 문화재청은 흔히 문화유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부부처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까지 떨쳐온 문화재 보호에 대한 ‘오지랖’은 그 대상을 문화유산에서 국한하지 않았다. 자연유산, 세계유산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토 어느 것 하나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확장해왔다.
일제강점기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1933)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소중한 우리 국토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작업은 지난해 발의된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로 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화재청의 초기 천연기념물제도는 우리나라 자연보호의 효시로, 자연보호의식을 고취하는 데도 상당히 기여했다.
1963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민간차원의 ‘자연보호운동’을 벌였던 자연보존협회도 문화공보부에 소속된 법인으로 출발했다. 당시 자연보존 사상의 고취와 자연 애호 인구의 저변확대를 꾀한다는 강연회와 자연보존 학술조사에도 문공부 소속 문화재관리국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우리 국토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문화재청의 오지랖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모두를 아우르고, 이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세계유산의 국제적 동향만 보더라도, 유산의 가치를 대변하는 등재기준 적용에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따로 구분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미국의 국립공원제도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잘 반영되어 있다. 이것은 자연환경에 대응한 자연유산의 체계적·선제적 관리 필요성이 확산되고, 국민들의 자연유산 향유 욕구가 커지고 국가차원의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연유산법’이 제정되면 천연기념물과 명승, 경관의 보호 기준이 명확해지고, 전통조경의 보급·육성 정책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이제 우리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통합적 관리체계를 세계인들에게 내세우고, 감놔라 배놔라 하며 오지랖을 넓힐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할 때다. / 이원호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