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전국 누빈 강남구 투자자들…10명 중 8명은 '非강남' 샀다

[강남의 부동산 쇼핑- 서울硏 9년간 등기 데이터 분석]

강남구 순매수량 12.2만건 달해

2위 서초·3위 분당의 두배 수준

지방의 수도권 매수 전체의 4.3%

부동산 부의 지역집중 경향 뚜렷





부동산 부의 지역 집중이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 9년간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매수자의 45.6%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거주자였고 수도권 내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들은 강남구 거주자들이었다. 이들은 부동산을 많이 구매했을 뿐 아니라 다른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위치의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연구원이 공개한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이용한 지역 간 거래 분석’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법원 등기 정보 광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부동산 거래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있다. 부동산은 집합건물(아파트·빌라·상업용 건물), 토지, 일반건물(단독주택, 소형 빌딩) 등이 대상이다. 지난 9년간 수도권에서 부동산 매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33만 건을 기록했다.

◇국내 부동산 매수자 약 절반이 수도권 거주자=서울연구원의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이용한 지역 간 거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신청 완료된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건수는 3,589만 건이다. 이 가운데 매매로 인한 소유권 이전은 2,130만 건으로 전체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중 60.1%를 차지한다. 매도 부동산의 42%는 수도권에 있는 부동산이며 매수자의 45.6%가 수도권 거주자였다.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거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높은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부동산 등기 수는 전국의 30% 수준으로 거주 인구보다 훨씬 적다. 이를 고려하면 부동산 거래가 수도권에 상당히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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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내에서도 강남은 ‘독주’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부동산 쇼핑의 강자였다. 인구 1,000명당 수도권 부동산 매수 건수로도 강남구는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강남구의 인구 1,000명당 수도권 부동산 매수 건수는 53.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도 의왕시가 50.6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서초구는 40.9건으로 서울에서는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지만 송파구는 29.2건으로 과천시(33.9건)나 영등포구(30.7건)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실제로 강남구민들은 강남 외 지역 부동산 쇼핑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강남구민이 같은 강남구 내에 부동산을 추가로 구매한 사례는 6만 건으로 전체의 18.7% 수준이었다. 나머지 81.3%에 달하는 27만 건은 강남구 외 서울 지역이나 수도권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사례였다. 이 외에도 외부 지역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비중이 높았던 곳은 △과천시(76.8%) △용산구(76.5%) △서초구(76%) △의왕시(73%) △성남시 분당구(70.9%) 순이었다.

◇통계로 확인된 ‘강남 입성’의 어려움=반대로 다른 지역에서 강남 부동산을 사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연구원이 수도권 부동산 거래 순매수량(A지역에서 B지역을 매수한 양과 B지역에서 A지역을 매수한 양을 교차해서 뺀 값)을 분석한 결과 순매수량이 가장 큰 지역 역시 강남구였다. 강남구의 순매수량은 12만 2,000건으로 이는 강남구 거주자가 다른 지역 부동산을 매수한 양이 다른 지역에서 강남구 부동산을 매수한 것보다 12만 건 이상 많다는 의미다. 강남구는 2위와 3위를 차지한 서초구, 성남 분당구와도 큰 격차를 벌렸다. 서초구는 순매수량이 6만 6,000건, 분당구는 6만 4,000건으로 강남구의 절반 수준이었다. 반대로 순매수량이 가장 적은 지역은 화성시로 화성시 거주자가 다른 지역 부동산을 매수한 것에 비해 다른 지역 거주자가 화성시 부동산을 매수한 양이 12.2만 건 더 많았다.

마찬가지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례도 드물었다. 지난 9년간 수도권에서 매수한 부동산 931만 건 중 14.8%에 해당하는 136만 건이 비수도권을 매수하는 거래였다. 반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을 매수하는 양은 총 매수량의 4.3% 수준인 59만 건에 그쳤다. 이러한 지역 간 매수 격차는 수도권 비수도권뿐 아니라 서울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간의 거래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에서 수도권 지역을 매수한 양은 97.1만 건이었지만 수도권에서 서울을 매수한 양은 34만 건 수준이다.

서울연구원은 “강남구는 수도권 내 다른 지역들과는 완전히 다른 부동산 거래 패턴을 갖고 있다"며 “인접한 송파구·서초구와도 큰 차이를 보일 만큼 9년간 꾸준히 부동산을 매수했고 다른 지역 주민들이 소수의 인접 지역 부동산을 매수하는 데 비해 여러 지역의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지역의 부동산 소유권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옮겨지는 것, 혹은 많은 지역의 부동산 소유권이 한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다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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